방송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 과정에서 “재허가 기준에 미흡하다”며 추가소명을 요구한 것은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매3년마다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추천 심사를 해왔지만 심사과정에서 재허가 미비요건이 드러났다며 추가 소명을 할 것을 요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과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14일 SBS 등 9개 방송사에 소명차원의 의견 진술을 다시 요구한 명목상의 이유는 방송법 10조(재허가 심의 기준)에 명시된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당과 방송계 안팎에서는 방송위의 이번 결정이 최근 일부 언론관련 단체와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민영방송 재허가요건에 소유와 경영분리 문제를 주요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나온 조치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SBS대주주인 (주) 태영의 윤세영 회장이 장남에게 경영권 상속을 추진중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방송계 일각에서는 ‘소유-경영 분리’는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민영방송에 대한 통제강화용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관련 야당 등에서는 주요 방송 3사 중 본사가 ‘재허가요건에 미흡하다’며 2차 의견청취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SBS가 유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은 KBS나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보도태도를 보여온 SBS에 대한 여권 일각의 불만이 이런 방식으로 터져 나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정병국(鄭炳國) 의원은 “여당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민영방송의 문제점을 거론한데 이어 나온 조치란 점을 보면 여권내부의 SBS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며 “결국 민영방송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우룡(金寓龍) 한국외대 신방과 교수는 “재허가 심사에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등을 위해 어떻게 방송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관변 방송을 만드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