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내가 어려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도 알 건 다 알아요. 우리 엄마 아빠가 날 버렸다는 걸….”
3년 전 서울 성북구 한 개인아동시설에 맡겨진 김미현(가명· 10)양은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벌컥 화를 내며 “진짜 우리 엄마는 여기 있다”고 했다. 매일 아침 밥 해주고 책가방 챙겨주는 원장 선생님이 자신의 엄마라는 것이다.
부모가 멀쩡히 살아 있어 국가가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에 들어갈 수 없었던 미현이는 결국 이곳,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에 와서야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이성식(가명·82)씨는 6달 전 아들 손에 이끌려 경기도 화성의 한 민간시설에 왔다. “어디 가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가보면 안다고 해서 따라왔지. 하루 지나면 온다고 했는데 벌써 6개월이 지났구먼.” 왜 이씨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시설 원장은 “길에 버리겠다고 하는데 그럼 어쩌겠느냐”고 했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전국의 미신고 시설은 1096개이다. 이곳에서 모두 2만245명의 어려운 이웃들이 생활하고 있다.
미현이나 성식씨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에 입소할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족이 있거나 월 수입이 최저생계비보다 조금만 높아도 국가가 운영하는 무료시설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받아줄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던 이들은 그러나 내년 7월이면 벼랑 끝에 몰린다. 이때까지 정부가 정한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신고 개인 시설은 전면 폐쇄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최소한의 시설 기준을 맞춰 인권 침해 요소를 없애고 양성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미신고 시설 민간 운영자들은 “이대로 가면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 2만여명은 다 거리로 내몰린다”고 말한다. “공무원들께서는 제발 현장에 나와 한 번만 봐주세요. 우리가 필요한 게 운영비인지, 건물인지, 사람인지 물어봐주세요. 책상에만 앉아 건물만 크게 지으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시설 기준’을 맞추지 못해 공식적인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못 받고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