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릉(사적 204호)과 주변 경관. 의릉 내부는 예술종합학교 신축 건물 공사가 한창이지만, 의릉 담장 바로 바깥은‘앙각(仰角) 규정’에 의해 아파트 높이가 제한돼 있다. 사진 앞에 보이는 아파트는 현재의‘앙각 규정’에 따르면 높이가 낮아져야 했지 만,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던 시기에 합법적으로 지어졌다.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

국가 지정 문화재(국보·보물·사적)로 지정된 왕릉·고분과 맞닿은 지역의 개발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조례 개정안이 지난 7일 서울시 교육문화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이 조례 개정안은 문화 유적 주변의 개발을 부추길 수 있으며, 문화재보호법과도 상충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조례안은 오는 13일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현재 문화재보호법 등은 국가 지정 문화재 외곽 경계로부터 반경 500m 이내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설정, 개발 때 높이 등에 대해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도시 특성상 시 조례를 통해 국가 지정 문화재 외곽 경계에서 100m 이내 구역의 경우에 한해서만 ‘앙각(仰角) 27도 규정’(문화재구역 외곽선에서 신축할 건물 꼭대기를 바라보았을 때 눈의 각도가 27도 아래인 높이에 대해서만 개발을 허용하는 것)을 적용해 규제하고 있다.

반면 개정 조례안은 ‘(개발) 공사가 문화재 보존에 지장이 없다고 (구청장에 의해) 판단되는 지역은 (앙각 규정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국가 지정 문화재(혹은 보호구역) 외곽 100m 이내 구역이라도 사실상 개발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은 조선조 20대 임금인 경종(景宗)과 계비(繼妃) 선의왕후(宣懿王后)의 무덤인 의릉(懿陵·사적 204호)이다.

8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 의릉 안. 13만1400여평에 달하는 의릉 안에는 문화관광부 소속 예술종합학교와 옛 국정원 건물들이 이미 들어서 있어 사적지로서의 호젓함은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도 능 내부에서는 높이 25~28m, 연면적 1만7000여평 되는 예술종합학교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사는 최근 문화재위원회 심의까지 마쳤다.

능 남쪽으로는 의릉 경계구역에서 채 100m가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0년 즈음 앙각 규정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을 때 허가가 났다.

때문에 성북구 석관1지구 재개발 예정지 등 의릉에서 100m 이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국가 기관이 의릉 내부에 짓는 건물은 괜찮고, 민간이 의릉 바깥에 짓는 건물은 제대로 지을 수 없느냐”는 불만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충선(金忠善) 한나라당 시의원(동대문구)은 “의릉 주변에 거주하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동대문구 이문동 지역 주민 5717명이 조례 개정을 진정 중”이라며 “조례를 완화해도 절대 문화재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의릉만을 위해 법을 고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 조례안이 확정되면 결국 의릉뿐 아니라 정릉(貞陵·사적 208호) 등 다른 왕릉과 고분 주변에도 개발이 허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특정 지역이 문제가 된다면 법 개정이 아니라 지자체장이나 문화재청 등과의 별도 협의를 거쳐 해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