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언급 이후, 열린우리당은 폐지 쪽으로 균형추가 급속히 쏠린 반면,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사전 정지용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펼쳤다.

6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에서 폐지 목소리는 부쩍 높아진 반면, 개정 목소리는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이부영(李富榮) 당 의장은 “세계인권연맹, 유엔, 미 국무부까지 국보법 폐지를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국보법 정리는 명실공히 세계 흐름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오전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이부영당의장과 천정배원내대표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국보법이 없으면 나라가 흔들린다고 하는데, 데마고그(선동)”라며 “이를 알면서 그런 짓을 한다면 국가 안보를 빙자해 국민 기본권을 부인하겠다는 파시즘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의원은 “국보법은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역사를 바로 이끌고자 하는 양심세력을 무참히 잘라냈다. 이쯤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 소속 우윤근 의원에게 국보법 폐지시 형법에 보완할 조항에 대한 정리작업을 맡겼으며, 이르면 금주 중 이를 당론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안영근 유재건 정의용 안병엽 의원 등 당내 개정론자들은 이날 오전 만나 국보법상 고무찬양, 반국가단체 구성, 불고지죄 조항 등의 일부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의 법개정안을 당 정책위에 제출키로 했으나, “당론이 폐지로 정해지면 대체입법을 해야 한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6일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상임운영위회의서 격앙된 표정으로 노무현대통령의 보안법철폐발언은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라 비난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긴급 소집한 의총에서 “국보법은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자 상징으로, 이런 법을 지켜내는 것이 한나라당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대통령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야만국가이고 대한민국 헌법은 악헌이란 얘기 아니냐”며 “헌재와 대법원이 계속 국보법 합헌판정을 내리는데도 의도적으로 불복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과 북한의 반응에 의혹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숙원을 풀어주고 남북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든다”고 말했다.

공성진 제1정조위원장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고 했고, 이규택 최고위원은 또 “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 헌법을 준수한다고 했는데 이번 발언은 한마디로 탄핵 대상감”이라며 “지금쯤 탄핵했어야 했는데 지난번에 너무 빨리했다”고도 말했다.

이날 오후 소집한 의총에서 김용갑 의원은 “그동안 국보법은 한 줄도 못 고친다는 것이 내 입장이었지만, 폐지만 막아준다면 당론에 따르겠다”고 했고, 이방호 의원은 “여당이 폐지를 강행할 경우, 단상 점거 등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