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장인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는 미국 방송사들의 중계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폭스(Fox) TV 로고 옆에는 아랍 테러조직의 활동을 가장 먼저 방송해 오기로 유명한 알 자지라(Al Jazeera) TV방송의 로고가 걸려 있다. 기자 3명과 스태프 16명이 특별취재팀으로 파견돼 있다.
알 자지라 방송의 워싱턴 특파원인 모하메드 알라미(44) 기자는 세 번을 찾아가서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너무 바빠 시간이 안 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민주당측이 우리 방송 로고를 걸어야 할 자리에 대선후보 홈페이지 광고를 걸었다”면서 “공화당은 우리 로고를 걸도록 해 준 것을 보니, 아랍인들 목소리가 대선에서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동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알 자지라 방송은 시청자가 45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전당대회 기간에는 오전 9시15분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5~6시간씩 방송을 해 왔다.
알라미 기자는 “아랍인들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중계를 열심히 보고 있다”면서 “이라크 전쟁이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20만~30만명 정도가 우리 방송을 위성으로 시청한다”며 “미국 내 아랍인 유권자들 때문에 미국 정치인들도 우리 방송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꺼내자 알라미씨는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대고 “오~”라며 길게 숨을 내쉰 뒤 “너무나 가슴 아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아랍어를 전공했다는 그 젊은이의 스토리를 하도 들어서인지, 마치 내가 잘 아는 어떤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내가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아서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테러리스트들의 비디오를 방송하기 때문에 우리도 테러리스트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장단체들은 그냥 우리에게 테이프를 보낼 뿐”이라고 강조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방송이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비디오의 직접 방송은 최소화하고 앵커가 비디오에 담긴 내용을 읽어줄 방침이라고 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