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며칠전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주택가격 안정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주택가격의 문제는 국내의 많은 경제·사회적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집값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어떤 집에 살면서 받는 혜택에 대한 대가가 집값에 포함되어 있다. 마치 우리가 휴가철에 휴가지에서 호텔 값을 지불하고 그 혜택을 누리듯이.

둘째, 그 집에 살고 난 후에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할 경우에 기대되는 가치가 집값에 포함되어 있다.

이 두 요소 중에 전자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어제까지 내가 사는 집에서 느꼈던 행복이 몇달 안에 크게 변화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최근의 커다란 집값 변화는 두 번째 요소인 앞으로의 집값에 대한 기대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에 있어 가장 특이한 점의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이 구매와 판매를 겸한다는 것, 즉 새 집을 살 때 자신이 살던 집을 팔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나라에서의 주택구매 패턴은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대략 세 번 정도 크기가 다른 집으로 옮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20대 후반에 가정을 이루면서 처음으로 집을 사고, 30대 중반에 자녀들의 성장과 함께 큰 집으로 옮겨가고, 마지막으로 50대에 자녀들이 출가한 후 다시 작은 집으로 옮겨 가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집값의 추이가 경제력 변화와 더불어 인구변화 추이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뜻한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라면, 그 줄어든 수의 사람들이 처음 집을 살 때 흔히 택할 작은 규모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30대 중반에 들어 자녀들의 성장 때문에 큰 집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이미 살고 있는 작은 집이 안 팔린다면 생각처럼 이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커다란 집들에 대한 수요가 줄고, 커다란 집들이 잘 안 팔린다면 노후와 더불어 작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도 싼 값에 팔지 않는다면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라면 미래 집값의 전반적인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은 그 집을 팔려 할 때 장기적으로 그 값이 하락하리라 기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00년 추계로 25~29세 인구는 약 410만명이었고 15~19세는 370만명이었는데 이는 10년 사이에 거의 10%의 감소가 이뤄짐을 뜻한다.

따라서 이들 15~19세의 인구가 주택시장에 처음 참가하는 2005년 이후로는 주택수요가 2000년 당시에 비해 약 10%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만일 이러한 주택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면 조만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앞으로의 주택 가치에 대한 전망을 낮추어야 함을 의미하고, 가까운 미래의 집값도 떨어져야 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정부가 주택정책을 입안함에 있어서도 단기간의 경기변동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구·사회변동 구조를 체계적으로 고려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주택시장 운영을 도모할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집값 구성 요소 중에 미래에 대한 기대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고 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단기간의 투기 참여가 종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