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45분, 경찰차를 앞세운 검은색 세단 7대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을 빠져 나갔다. 김봉순(여·38·사진)씨는 ‘정부는 자칭린 중국정협 수석에게 최영훈씨 인권침해를 따져라’고 적힌 피켓을 청사 경비대 직원의 어깨 너머로 번쩍 들어올렸다. 차들이 사라지자 김씨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김씨의 남편 최영훈(41)씨는 지난해 1월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항에서 탈북자 80명을 보트로 탈출시키려다 체포돼 5년형을 선고받고 20개월째 산둥성 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업가.
그의 석방을 위해 부인 김씨가 중국 내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일정에 맞춰 1인 시위에 나선 것. 김씨는 그동안 외교통상부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확인한 뒤 연락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최씨의 어머니 이강윤(63)씨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부청사 후문에서 피켓을 들고 섰다.
최씨의 혐의 내용은 ‘불법 월경 조직죄’. 20여명이 우글거리는 감방에서 지내고 있다. 매점에서 생필품을 구할 수도 없고, 그동안 가족에게 간간이 부쳐오던 편지도 끊겼다.
지난 16일 김씨는 두 딸과 함께 남편을 면회할 수 있었다. 30분 동안 남편을 만나면서도 정작 김씨는 남편이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면회실에 참관한 한족(漢族) 통역관이 “큰 소리로 말하라”고 윽박지르며 대화내용을 모두 적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들과 한참 끌어안고 울던 남편의 몸이 눈에 띄게 수척해진 것으로 남편의 고생을 짐작할 뿐이다. 김씨는 “남편은 사람 사는 곳이라 다 똑같다고만 한다”고 했다.
남편이 중국에 잡혀 있는 동안 재봉일을 배워 생계를 이어온 김씨는 남편 석방을 위해 뛰어다니느라 일도 못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정부 당국자들의 ‘민간차원의 탈북 조장 자제’ 발언들에 대해 “그놈의 인간애 때문에 탈북자를 돕게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이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