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겐이치로 장편소설 ‘사요나라 갱들이여’

이승진 옮김, 향연, 360쪽, 9800원

일정한 줄거리도 없이 수수께끼 같은 단어와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특이한 소설이다. 시를 가르치는 시인인 주인공은 애인의 이름을 ‘나카지마 미유키 송북’(S B)이라고 짓고, S B는 전직 갱이었던 주인공의 이름을 ‘사요나라 갱들이여’라고 짓는다. 이들은 고양이 ‘헨리 4세’를 키운다. 작가는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언어, 다양한 서체, 독특한 글자 배열, 표나 그림 등을 통해 초현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이 세상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식을 독창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다. 자신이 통과했던 시대의 아픔, 글쓰기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뇌와 성찰, 세계와 자신의 관계에 대한 모색을 보여준다. 작가는 1960년대 후반 학생운동으로 일본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전공투’ 세대로, 학생운동을 하다 수감되어 극심한 실어증을 경험했다. 그후 10여년간 막노동자로 살면서 그것을 극복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마이클 크라이튼 장편소설 ‘먹이’

김진준 옮김, 이인식 감수, 김영사, 전2권, 1권 7900원, 2권 8900원

최첨단 과학이 초래할 수 있는 크나큰 위험을 경고한 과학 스릴러.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미터 크기의 로봇들이 등장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야기다. 나노 기술과 생명 공학, 컴퓨터 기술이 만나 자기 복제력을 가진 인공 생명체를 창조하는 데 성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리콘 밸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잭 포먼의 집에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난다. 멀쩡한 아이가 갑자기 이상한 증세를 보이며 아프고, 집안의 가전제품이 기묘한 방식으로 고장이 난다. 주인공은 아내가 근무하던 의료회사로부터 일자리를 제의받아 네바다주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외딴 연구소로 떠난다. 그곳에서 마이크로 로봇형 기계들의 집단이 연구소에서 외부로 조직적으로 유출된 것을 발견한다. 그 로봇은 자가 태양발전을 하면서 포유류의 생체 조직을 이용해 번식하고, 학습을 통해 급속도로 진화해가는 괴물로 변신한다.

●이동백 시집 ‘수평선에 입맞추다’

문학동네, 128쪽, 7000원

순화된 언어의 조탁과 맑은, 깊은 서정성을 보여준 시인의 등단 8년 만의 첫 시집이다. 나이 오십인 그는 대구에서 한국약국을 경영하는 약사다. 낮에는 약을 짓고, 밤에는 시를 짓는다.

‘머언 바다에 닿으리// 누우면/ 온몸에서 잔물결이/ 모기 소리 떼처럼 일어선다/ 그러나 나는/ 수평선을 꿈꾸며 쓰러진 나무//…// 가부좌 틀고 앉으니/ 옥에 갇힌 몸/ 내 이제 바위가 되리/ 몇 구절 되뇌이지만/ 남몰래 훔진 經 몇 장으로/ 비겁한 생이 가려지겠느냐//… 나는 먼 바다에 가 닿으리’(‘耳鳴 속의 해일’), 그러나 시인은 결코 저 먼 바다에 닿지 못하고 “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기린’) 시인은 “더 이상 쫓아갈 기력도 더 이상 달아날 곳도 없을 때 문득 내 발 밑의 그림자처럼 기대어오는 풍경을 읽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