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사를 중단하고 경남 양산 천성산의 환경영향을 재조사하기로 하는 등 경부고속철 2단계(대구~부산) 건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지난 58일간 단식을 해온 천성산 내원사의 지율 스님은 이날 단식을 풀었다. 그러나 지율 스님을 중심으로 한 환경단체와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이 미묘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고속철도공단측은 비공식적이지만 “공사 중단시 사업 지연이 심각해진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고속철 2단계 공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속철 2단계 천성산 구간 환경영향 재조사=단식 농성을 한 지율 스님을 지원해 온 시민단체 ‘도롱뇽 소송 시민행동’,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저지 비상대책위’측은 26일 고속철 터널 공사가 천성산의 동·식물, 고산습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실시하기로 환경부와 합의했다. 정부측은 이 조사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3개월간 고속철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양측은 천성산 일원의 고산습지가 유지되고 있는 물수지 상황과 천성산 터널공사가 고산습지의 물수지 거동 변화에 어떤 영향(동·식물 포함)을 미칠 수 있는 지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거치기로 결정했다. 환경부는 전문가 검토 방법·절차·기간 등을 사업자측과 협의한 후 환경단체에 통보·협의하고 가급적 전문가 검토작업이 9월중 착수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환경영향 재조사 및 공사 중단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부산지역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금정산·천성산 관통반대 시민종교대책위원회측은 “정부의 천성산 환경영향 재조사는 일부 쟁점 항목에 대해서만 실시되는 제한적인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향후 금정산 구간의 공사 착수에 대비, 전혀 새로운 문제 제기로 정부 주장의 부당성을 제기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지율 스님을 지원하는 단체들과 별개로 활동을 전개중이다.

고속철도공단에 따르면 2단계 천성산 구간 공사는 현재 본격적 천성산 터널 공사를 위해 진입도로 설치를 마친 상태다. 고속철도공단의 한 관계자는 “과학적이고 정밀한 환경영향 평가에 대해 비과학적 논거로 불신을 표시하는 데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3개월간 공사를 중단할 경우 다시 장비·인력을 준비하는 기간 등을 포함하면 6개월 이상 공기가 지연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난 해 9월 이후 공사 중단으로 개통 예정일이 2008년에서 2010년으로 지연된 데 이어 다시 2011년으로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천성산 구간 2심 재판=이 재판을 맡고 있는 부산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종대 부장판사)는 26일 “지율 스님측의 현장검증 연기신청으로 일정이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정치권의 방침 등과 관계없이 재판을 진행, 가능한 올해 말까지는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외부의 어떤 논의도 재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3차 심리일인 다음 달 13일 이전까지는 구체적인 현장검증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신청인인 환경단체 측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1~2개월안에 전문가들의 감정을 받은 후 1개월 가량 충분한 검토를 거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말까지는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주영기자(블로그) park2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