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축구가 미국과의 전쟁 상처를 딛고 올림픽 4강에 올랐다. 이라크는 22일 그리스 헤라클리오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준준결승전에서 호주를 1대0으로 꺾으면서 준결승에 진출했다. 오는 25일에는 테살로니키에서 파라과이와 결승행을 놓고 맞붙는다.

후반 19분 마디 카림이 헤딩한 볼을 모하메드 에마드가 오버헤드킥 골로 연결시킨 이라크는 경기 종료까지 이를 잘 지켜냈다. 경기장에 있던 응원단 1000명은 서로 부둥켜안고 대형 국기를 흔들며 기쁨을 나눴다.

축구가 끝나자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하늘에는 폭죽이 올랐고,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렸다. CNN은 “전쟁과 유혈 충돌로 피폐해진 이라크 전역은 온통 축제의 도가니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1년 전 축구연맹이 해체됐고, 이라크 올림픽위원회는 IOC로부터 자격 정지를 당했다. 지난 2월 IOC로부터 활동 재개를 허락받았으나 테러 위협 때문에 외국팀 초청경기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본선 출전을 이룬 독일인 감독 베른트 슈탕게는 “이라크로 돌아오면 테러를 당할 것”이라는 위협을 받아 사표를 내 어려움이 계속됐다.

아드난 하마드 코치가 감독을 승계한 이라크는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생긴 수익과 국내의 다른 스포츠연맹들로부터 온 헌금 등으로 재정을 해결했고,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란 카타르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6명을 끌어모아 기적을 이뤘다.

기적은 예선 때부터 이어졌다. 이라크는 지난 5월 끝난 예선전에서 3승3패로 오만과 동률을 기록했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88서울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조별 예선에서는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4대2, 코스타리카를 2대0으로 물리쳐 8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지난 7월 아시안컵 8강 진출과 함께 이라크 국민들에게 바쳐진 또 한번의 축구 선물이었다.

이라크는 지난 1960년 압둘 와히드 아지즈가 역도에서 따낸 동메달이 유일한 올림픽 메달이다. 이라크올림픽위원회는 축구팀이 메달을 딸 경우 선수 18명에게 각각 2만5000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하고 스폰서를 물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