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이 “부부 사이에는 성(性)폭행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판례를 깨고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한 남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부부 사이의 성폭력’이라는 개념을 우리 법원이 처음 인정한 것으로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존중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폭력을 처벌하는 이유는 단순히 여성의 정조(貞操)를 침해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성(性)에 대한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짓밟고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부 간이라 하더라도 강요와 폭행이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깨뜨릴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서구에서도 1986년 유럽의회가 부부 간의 성폭행도 처벌할 것을 촉구한 이래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강간죄로 처벌하고 있으며, 유엔도 1993년 ‘여성폭력철폐선언’을 통해 이 같은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다. 부부 간에 강간죄를 굳이 인정하지 않아도 그런 비인륜적 행위는 강요죄(强要罪) 등 다른 죄목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남편에게 폭력으로 성관계를 강요당한 여성이 20%가 넘는다는 조사에서 보듯 아직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여성이 가정 내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이에 대한 현실적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대법원이 내릴 최종 결정을 지켜보아야 하지만 부부 관계라는 것이 내밀한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인 만큼 부부 간 성폭행에 대한 재판은 가정법원에서 다룬다거나 일반 강간과는 다르게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