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SBS 밤 11시45분

미모의 벙어리 여인 희진(서정)은 인적 드문 한 섬의 낚시터에서 낚시꾼들을 상대로 낮엔 음식을, 밤엔 몸을 팔며 살아간다. 어느 날, 변심한 애인을 살해한 전직 경찰 현식(김유석)이 섬으로 숨어들면서 그 섬과 희진의 삶에는 일대 변화가 찾아든다.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에 이은 김기덕 감독의 4번째 작품이다. 57회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김기덕이란 이름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 주목을 끌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영화는 모스크바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브뤼셀 판타스틱 국제영화제 대상 등을 안았다. ‘섬’의 국제적 성공 이후, 김 감독은 올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사마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이 세계의 영화제들로부터 열띤 러브 콜을 받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국내외의 적잖은 비판과 반감에도 아랑곳없이.

여느 평범한 감독의 손에 의해서라면 감동적 러브 스토리가 되었을 성도 싶은 영화는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지독히도 도발적인 잔혹 영상으로 채색되었다. 굳이 상술하진 않겠으나 어떤 설정들은 가히 ‘엽기’의 극치라 할 법도 하다. 그래도 푸른 색이 주조를 이루는 화면구도나 인간성 저 밑바닥까지 드러내는 인물구도 등에서 일말의 슬픔이 감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자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결말부는 도저히 잊기 힘든 여운을 전한다.

2000년. 약 80분. 19세 이상. ★★★☆ (5개 만점).


'거대한 강박관념' EBS 낮 2시

멜로드라마의 거장 더글러스 서크의 작품이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우연이 남발되는 영화가 지나치게 통속적이고 심지어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영화 속 헌신적 사랑이나 감독 특유의 양식화에 눈길을 준다면 영화보기의 맛이 여간 삼삼하지 않을 듯하다.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의 명 콤비 록 허드슨과 제인 와이먼이 그 걸작 이전에 연기 호흡을 맞췄다는 것만으로도 놓치기 아까운 수작이다.

강추. 원제 Magnificent Obsession. 1954년. 약 108분. 15세 이상. ★★★★

(전찬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