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금메달을 딴 뒤 한국에서는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한다. 요즘 기분이 어떤가.
▶국내의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 아직 실감이 나지않는다. 경기를 마친 뒤 동료선수 응원차 유도장을 찾을 때마다 외국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해와 '내가 조금 유명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특별한 감정같은 것은 없지만 무거운 짐을 벗은 것 같아 무진장 홀가분하다. 올림픽은 내 인생의 전부를 건 승부였다.
-경기전날 밤 좋은 꿈이라도 꾸었는가.
▶경기전날 새벽 1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경기전에는 원래 잠을 잘 못자는 스타일이다. 밤 10시쯤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오질 않아서 누운 채로 내 나름의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정신 집중력 훈련을 했다. 성격책도 꺼내읽으며 '하나님의 뜻대로 따르겠다'며 여러번 기도를 했다.
-경기당일 어떤 각오로 임했나.
▶아침에 선수촌에서 어머니가 싸주신 전복죽을 먹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 도착해서는 '내가 실수로 지더라도 그건 하나님의 뜻이다.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한다'는 기도를 했다. 그랬더니 떨리지도 않고 평소 연습경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결승전을 앞두고는 몸도 마음도 피곤했는데 '내가 네게 명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는 여호수와 1장의 성경구절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어느 경기가 제일 힘들었는가.
▶몰도바의 비볼과 가진 준결승이었다. 그 선수에게 먼저 업어치기를 당했다. 순간 '아 여기서 끝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제발 '한판'만 아니길 기도했는데 다행히 그 선수에게 절반이 주어졌다. 이후 정신을 바짝 차려 빗당겨 치기 기술로 한판승을 따냈다. 결승전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비결을 든다면.
▶상대선수들에 대해 한명도 빼놓지 않고 철저히 연구를 한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유도는 힘이나 기술보다는 머리싸움이다. 상대의 기술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것을 역이용하면 이길 수 있다. 결승에서 맞붙은 러시아의 마카로프 선수도 체력과 기술 모두 탁월했으나 나는 그 선수의 특성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꾸로 맞받아쳐 한판승을 거둘 수 있었다. 유도는 과학적인 운동이다. 세계 정상에 서려면 머리를 써야 한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솔직히 언론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올해초부터 많은 언론에서 나를 금메달 0순위로 보도했다. 기사들을 읽어보면 마치 내가 마치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주워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것이 심적으로 엄청 부담이 돼 한동안 운동이 제대로 되질않았다. 그러다가 출국 1개월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다'고 기도한 뒤 마음을 비웠더니 그때부터 페이스를 되찾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운동선수들은 심적인 부담을 극복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역시 훈련이었다.
-주변에선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났다는 평가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유도라는 종목은 후천적인 면이 강하다. 나는 유도를 시작한 이후 정말 하루도 운동을 걸러본 적이 없다. 태릉선수촌에서 주말에 외출을 나가더라도 집에 가서 튜브 등을 이용해 몇시간씩 실내운동을 했다. 중-고등학교때 밤에 혼자 체육관을 찾아 운동을 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잠 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면 라이벌들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지가 머리에 떠올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보통 새벽 2-3시에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알려진 것처럼 체력이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도 않다. 보성중에 입학한 이후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여기까지 오게 됐다.
-유도에 입문한 이후 후회하거나 좌절한 적은 없는가.
▶없었다. 나는 오로지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살아왔고 그 어떤 어려움도 잘 극복해왔다고 자부한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 서울 휘경동의 150평 짜리 단독주택에서 의정부의 7평 남짓의 판자집으로 이사를 가 3년여간 살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로지 올림픽만 생각했다.
-앞으로 계획은.
▶힘닿는데 까지 운동을 한 뒤 은퇴후에는 지도자로 나설 생각이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아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다음 목표로 정할 것이다.
-언제 국내로 돌아가는가.
▶31일 서울에 도착할 것이다. 귀국후에는 제주도로 3-4일 정도 여행을 가 쉬고 싶다.
-스포츠조선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그동안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성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이제는 공인이 된 만큼 모든 면에 더욱 모범적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