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9일 운영위원회의에서 여권의 과거사 진상 규명 제의에 대해 조건부 수용 방침을 밝히고 있다. <br> <a href=mailto:ykjung@chosun.com><font color=#000000>/ 정양균기자</font><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19일 ‘포괄적이고 대폭적인’ 과거사 규명을 제안한 것은 여권의 과거사 규명 드라이브에 맞서 한술 더 뜬 승부수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15일 ‘포괄적인’ 규명을 말했었다.

박 대표는 과거의 약점이 있는 사람처럼 더 이상 수세에 몰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당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과거사문제를 연관시키지 말아달라는 것”이라며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공격을 우려하지 말고 ‘배수의 진’을 치라는 소리로 들렸다고 당직자들은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런 결정을 당의 공식 라인을 통해 사전 논의하지 않았다. 그만큼 전격적이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의 이날 사퇴를 계기로 한층 강화될 여권의 공세를 역으로 치고 나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 며칠 사이 여의도연구소와 몇몇 측근들의 건의를 받고 정면 돌파 의지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가 내세운 카드는 두 가지다. 우선 규명 대상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은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있으며, 역사의 공과를 다 함께 밝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해방정국에서 좌익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양민 학살사건이나 6·25전쟁 당시 빨치산과 공산당 부역자들이 저지른 학살 사건, 분단 고착화 이후 북한의 무장공비 등에 의한 피해, 간첩사건 등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4·19혁명이 일어나게 된 부정과 무능의 주체는 누구이고, 5·16 후 산업화의 공과는 무엇인지 따져보자”고 말해 유신시대 인권 탄압 규명에 주력하고 있는 여권과 견해차를 드러냈다.

박 대표는 또 국회 밖의 중립적이고 검증된 조사위 구성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 전력을 봤을 때 국민 앞에 떳떳하고 중립적이고 전문 지식이 있는 인사로 (조사위원이) 구성돼 제대로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런 강수를 결코 두고 싶어 두는 것은 아니라는 심정을 피력했다. 그는 대구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기남 의장 선친의 친일 행적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쟁거리가 될까봐 얘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