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 조국이 광복되어 비로소 ‘태극기’라고 하는 우리의 국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일장기밖에 모르던 어린 시절이었다. 그리고 5년 후,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인 1950년 6월 25일, 공산군의 불법 남침으로 초토화된 이 땅에 시뻘건 별이 그려진 인공기를 향해 강제로 경례를 해야만 했다. 다시 3개월 후, 공산군의 퇴각으로 감격 속에 맞이한 우리의 태극기! 가을 하늘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목이 터져라 악을 쓰며 애국가를 합창하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처음 대하던 태극기는 너무 어렸던 탓에 별 의미없이 지나쳤으나, 1950년 9월 28일 수복 후 다시 찾은 태극기의 의미는 지구상에 이보다 더 존엄하고, 귀중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무래기 친구들 간에도 언어 소통이 불편한 공산주의의 독특한 속성과 싫어도 좋은 척하며 인공기를 향해 경례해야만 하는 심사를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현재 나라의 정체성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많은 가정에서 국경일과 기념일에 국기 게양을 하지 않는 딱한 현상을 본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신문과 방송이 약간의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여 국기 게양을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국기’는 곧 국민 혼을 뜻하고, 국가가 있는 국민의 의지이고 표상이다. 2004년 광복절엔 우리 모두의 가정마다 태극기를 게양하여 살아있는 국민의지를 다졌으면 한다.
(이정업·자영업·경북 포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