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린 시절 아버지한테서 늘 들어 온 이야기가 있다. “나중에 물질적으로 남겨줄 것은 없다. 너희들 키울 때 최선을 다할 테니 그런 줄 알아라” 말씀하시곤 하였다.

모든 부모가 다 그러하겠지만 아버지도 힘 닿는 데까지 우리 3남매에게 나름대로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셨던 것 같다. 특히 학과공부 외에도 예술과 문화를 익히는 데 많은 뒷받침을 해 주셨다. 클래식음악을 들려주고, 사진의 매력에 대해 가르쳐주고, 전시장을 찾아다니게 했다. 음식문화도 중요하다며 당시에는 많지 않던 양식당에 데리고 가서 음식과 식사예절에 대해서도 설명하시곤 했다. 특히 막내인 나는 독립심이 필요하다며 30년 전 중·고교 시절에 해외 배낭여행까지 시켜주셨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추상같이 엄했지만, 세상을 사는 바른 가치관, 삶을 풍요롭게 가꿔갈 수 있는 소양을 물려주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 아버지가 재력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물질적으로 물려줄 게 없다’던 아버지의 말씀이 사실임을 안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였다.

최근 우리 사회 일부에서 ‘자녀에게 유산 안 물려주기’ 기운이 번지고 있다. 자식을 올곧은 가치관을 가진 교양인으로 최선을 다해 키우고, 물고기도 스스로 잡게 하는 가르침이다. 나태해질 수 있는 물질적 유산보다 바른 정신을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이창주 공연기획사 ‘빈체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