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ref=http://bookshop.chosun.com/books/book_detail.asp?goods_id=0100005455246 target='_blank'><img src=http://books.chosun.com/img/bookcart1.gif width=114 border=0><

‘유약한 짐승만 골라 사냥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 임금을 외람하게 막아선, 추한 몰골의 문둥병 환자. 성실한 농부였던 그는 나환자가 돼 목숨 걸고 수렵을 막게 된 사연을 고백한다. 농부는 협곡에 쓰러졌다가 은혜로운 원숭이를 만나 목숨을 구하지만, 극심한 허기로 이내 구원자이자 성자(聖者)인 원숭이를 잡아 먹을 삿된 생각을 품는다. 원숭이에게 자신의 범의(犯意)를 자백하고 용서를 얻지만 죄의식 때문인지 문둥병에 걸렸고, 이후 살아있는 만물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이를 실행한다. 문둥이의 사연에 감화를 받은 임금은 자기 영지(領地)에서 사냥을 일절 금지시킨다….’

인도 남부 고도(古都) 마이소르시(市) 순례지 ‘차문디 언덕’에서, 미국인 여행객 ‘나’는 67세 인도 노인을 만난다. 남의 속내마저 통달한 듯한 이 노인은 길동무가 되길 자청하고, 1001개 계단을 함께 밟아 오르며 전래 우화를 들려준다.

앞선 ‘문둥이 이야기’ 속에는 ‘모든 것은 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가르침이 명징하다.

책(원제 Climbing Chamundi Hill)은 인도 철학·종교를 전공한 미국 산스크리트 문학 전문가가 고통 속에 숨쉬는 인도의 지혜, 건실하고 선한 삶을 살려 애쓰다 겪는 시련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은 명상서다.

인도의 전통 그림. 책 '차문디 언덕을…'에 소개된 '대신의 죽음' 이야기는 사랑에 빠진 임금에게 충직했던 한 대신의 죽음을 통해 우리가 진리를 볼 준비가 될 때까지 지혜(분별하는 직관)는 죽음을 거듭한다는 가르침을 던진다.

언덕 꼭대기 차문디(악마처럼 잔인한 왕 마히샤수라로부터 인간을 구한 여신)를 모시는 차와데쉬와라 사원으로 향하는 1001개 계단을 오르는 일은, 고행·단식과 맞먹는 영적(靈的) 공덕을 쌓는 순례의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단지 우리가 아는 것일 뿐, 중요한 것은 바깥의 신호가 아니라 우리 인식 자체가 문제임을 깨닫는 것이다’ ‘자아를 버리는 것은 우리를 끌어당기는 음식·잠·성(性)·돈·자존심 같은 좀 더 많고 낫고 쾌락을 주고 중요한 것을 단념한다는 것이다’ ‘가치·욕망의 목록 맨 위까지 거슬러 올라간 해탈마저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직관에 치우친 듯한 노인의 이야기, 논리적인 부실함을 공격하는 ‘나’, 다시 참을성 있게 답하는 노인의 대화가 이어져 생·사·운명·업(業)·구원·해탈의 심오한 곳으로 향해 간다.

모순·부조리로 가득한 역설적인, 그러면서도 매혹적인 삶. 책은 세상이란 미로에 갇힌 이들에게 ‘삶은 정반대의 것을 통해 존재한다’는 깨우침이 그려진 약도를 등불처럼 비춰준다.

늘 여기 있으면서 항상 놓치는 것, 삶이라는 꿈에서 깨어나 똑바로 보아야 할 것들. 에둘러 타이르는 것 같은 낡은 이야기들이 단 하나의 지혜를 담은 내 안의 마음을 새삼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