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지난 3년간 연구용역 과제 89건을 발주하면서 모두 수의계약으로 처리했고, 이 중 79건을 자체 위원들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용역경비 37억4800만원 중 34억8800만원(93.1%)을 정책기획위원들끼리 나눠 먹은 것이다. 용역과제는 2001년 28건, 2002년 26건, 2003년 35건으로 현 정권 들어 부쩍 늘어났다.

정책기획위원회는 국가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에 관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국정 과제를 종합 관리 조정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곳이다. 이런 위원회라면 그 운영도 엄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도 위원들은 자기들끼리 용역비를 나눠 먹고, 게다가 용역비 산정 근거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하다 문제를 일으켜 쫓겨난 사람이 정책기획위원회 간사로 임용된 후 불과 4개월 동안 3건의 용역 과제(총 6000만원)를 따내기도 했다.

또 비판 언론 공격에 선봉을 서다 집권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발탁됐고, 이제 원내에서 비판 언론에 굴레를 씌우려는 법안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한 위원은 작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들어갈 내용을 만든다는 희한한 연구과제로 2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국가의 중장기 비전이 국정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자문 교수들의 호주머니를 불릴 뿐이다.

정책기획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이 능력보다는 대부분 현 정권과의 ‘코드’ 일치를 기준으로 선임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들도 현 정권 코드대로 입만 열면 ‘개혁’과 ‘참여’를 외쳐왔지만 정작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는 개혁과 참여를 걷어차 버리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 것이다.

자문위 위원들은 대학 교수들이 용역 과제 하나 따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써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자문 교수라는 특권을 앞세워 전국 교수들의 몫을 독차지 했다면 그것만큼 부끄러운 ‘권·학(權學) 유착’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