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동작의 투박한 그림 속 인물들이 순한 눈동자를 껌벅거리며 던지는 한 마디에 시청자들 눈에 은근한 눈물이 차오른다. 지난 2001년 4월 첫선을 보인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매주 월~금요일 2TV 오전 11시20분, 1TV 오후 5시15분)이 16일 마침내 700회를 맞는다. 단 5분짜리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착한 내용을 더 착한 형식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숨가쁜 세상의 변화에 기진한 사람들은 여백으로 가득찬 애니메이션의 진솔함에 자신을 꽉 조여맸던 시간의 끈이 스르르 풀어져내리는 것을 느낀다.

“아버지만 건강하실 수 있다면, 제 꿈을 포기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11일 방송된 ‘아버지를 지킨 아들’은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간경화에 걸린 아버지에게 간을 제공한 아들의 사연을 그림으로 풀어냈다. 해설자 이금희씨는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비록 프로야구 선수의 길을 갈 수는 없지만, 아버지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삶의 길이 있어 아들은 행복합니다.” 지극히 평면적인 그림체. 하지만 간간이 이어지는 이런 따뜻한 말이 인물들을 3D 애니메이션 속에서처럼 살아 움직이게 한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16일부터 20일까지 700회 특집으로, 생활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소박하고 평범한 부부들의 이야기만으로 일주일을 꾸려간다. 제작진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시청자들이 가정을 되돌아보고 더욱 튼튼한 사랑의 울타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줄거리만 뽑아내면 자칫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그림과 말이 또 어떤 ‘마술’을 부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평등부부의 육아일기’(16일)다. 육아문제로 갈등하던 한 맞벌이 부부. 결국 사회단체에서 일하던 남편이 아내 대신 과감하게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 세 번째 이야기 ‘아내를 위한 선물’(18일)에서는 큰 횟집을 열게 된 한 부부가 심각한 경영난으로 빚을 지면서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성탄 선물조차 할 수 없게 된 남편은 고생 많은 아내를 위해 발을 씻겨주며 용기와 힘을 실어준다. 이 밖에도 ‘달팽이를 위한 불침번’(17일), ‘아름다운 집’(19일), ‘이 없으면 잇몸으로’(20일) 등이 전파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