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3만여 공무원들은 요즘 신바람이 나 있다. 지난달 반달치 급여를 특별보너스로 더 받
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1분기 경제성장률이 7.5%를 기록한 데 따른 특별성과급이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예정자는 "올해 연간 성장률이 상향 조정된 목표치(5.5~7.5%)를 달성하면 올 12월 공무원들에게 월급 반달치를 추가로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리셴룽 총리 체제 출범을 앞둔 싱가포르 경제는 콧노래를 부를 만큼 순항하고 있다. 올 2분기(4~6월) 성장률만 11.7%. 정부는 올해 최소한 8~9%대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자신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라크 전쟁 등의 후유증으로 1%대로 곤두박질쳤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엄청난 도약이다.
다국적기업 속속 떠나
하지만 싱가포르 경제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가장 큰 시험대는 다국적기업 유치를 겨냥해 상하이·홍콩·말레이시아 등과 벌이는 허브 경쟁이다. 싱가포르 내 다국적 기업은 7000여개로 전체 고용의 52%,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창출하는 국부의 원천이다. 이처럼 싱가포르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다국적 기업들이 하나 둘 싱가포르를 떠나고 있다.
단적으로 GM(제너럴모터스)·필립스·하니웰 같은 다국적 기업은 싱가포르에 있던 아·태 본부를 상하이와 홍콩으로 각각 옮겼다. 세계 1위 선박회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시랜드는 아시아 허브를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의 탄중팔레파스 항으로 이전했다.
이채경 KOTRA 싱가포르 무역관장은 “더 큰 문제는 싱가포르 중소기업의 30% 정도가 고임금 몸살로 중국 등으로 해외이전을 추진, 성장동력 상실이 우려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셴룽 총리 정부는 의료·교육·NGO(비정부기구) 허브 구축으로 맞서고 있다. 경제개발청(EDB) 관계자는 “이미 진출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와튼스쿨·시카고대 경영대학원·조지아 공대 이외에 향후 10년 이내에 최소 10개의 세계 일류 교육기관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인 샴쌍둥이 분리 시술 성공 이후 외국인 환자만 20만명을 끌어모을 정도로 의료 허브 프로그램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독자 브랜드 양성도 숙제
싱가포르 경제의 고민은 실업문제와 마땅한 주력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신장섭 교수(경제학과)는 “전자·석유화학 등 특정산업 위주의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이 이뤄지다 보니 실업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독자 브랜드가 없다는 것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또 전체 노동인구의 30%를 6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업문제와 국민들 간의 구조적인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리 총리 내정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지난 10일 발표한 첫 조각(組閣)에서 재무장관직을 당분간 겸임하기로 결정했다. 신장섭 교수는 “이런 다급한 문제인식에서 리 총리 내정자는 향후 2018년까지 싱가포르 경제 청사진의 핵심 골자로 법인·소득세 인하와 고급 인적 자원 개발, IT(정보통신)산업·서비스기업 창업 우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의달특파원 ed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