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유럽에선 공장과 발전소가 너도 나도 굴뚝을 높였다. 배출가스가 멀리 퍼지도록 해 근처 주민들의 피해는 줄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월경(越境) 오염 문제가 생겼다. 대기오염이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에 고통을 주게 된 것이다. 유난히 피해가 컸던 나라가 스웨덴이다. 견딜 수 없다고 본 스웨덴은 1972년 최초의 유엔 환경회의를 스톡홀름에 유치해 월경 오염을 국제적 아젠다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9년 ‘월경 대기오염 조약(LRTAP)’이 만들어졌지만 알맹이는 별 게 없었다. 영국이나 서독 등 가해국들이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독이 80년대 들어 입장을 바꾸면서 1985년에 오염을 30% 줄이자는 헬싱키 의정서가 체결될 수 있었다. 서독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봤더니 자기네 나라 숲도 영국 등에서 날아온 산성 비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국내 대기오염 중 중국에서 날아오는 게 40% 이상이라는 서울대 박순웅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일본전력중앙연구소는 이미 1992년 일본 대기오염물질의 50%는 중국에서, 15%는 한국에서 넘어온 것이라는 주장을 편 적이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은 시속 100㎞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해안 지방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게 1998년 밝혀진 바도 있다.
미국 월드워치 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중국사람이 한 병씩만 맥주를 더 마신다고 해도 37만t의 곡물이 추가로 소비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압박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플래빈 박사는 더 직설적이다. “지구는 큰 자동차를 몰고 햄버거를 즐기는 14억 중국 인구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가 ‘중국 문제(the China problem)’에 직면해 있다는 게 월드워치의 견해다. 그 중국 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 바람(편서풍)이 중국에서 한반도 쪽으로만 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한 해 아황산가스 배출량(2000만t)은 우리나라의 40배나 된다.
1988년에 고래잡이를 금지하자는 국제여론이 들끓을 때 아이슬란드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걸 굴복시킨 건 미국의 소비자였다. 미국 수퍼마켓에서 아이슬란드 제품이 추방되자 아이슬란드가 생각을 바꿨다. 국제관계는 결국 누가 더 힘이 세고 누가 더 지렛대를 많이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 동북공정(東北工程) 대책이나 환경오염 대책이나 원리는 마찬가지다.
(한삼희 논설위원 sh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