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현상금 사냥꾼에게 가장 매력적인 과녁인 범죄자 리딕(빈 디젤)은 갑자기 은하계 전체를 구할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우주의 암흑군단 네크로몬거를 무찌를 유일한 종(種)인 퓨리언의 후예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퓨리언의 하나 남은 후예는 자신의 근육을 이용한 액션으로 위기에 빠진 우주를 구한다.

대부분의 속편은 ‘진화’가 아니라 ‘퇴행’이라는 길을 선택한다. 데이비드 토이 감독과 ‘대머리 근육맨’ 빈 디젤이 고른 길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4년 전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에서 저예산으로 찍었던 전작 ‘에이리언 2020’의 참신함은 1억4000만달러짜리 블록버스터 속편 ‘리딕(Riddick)’에서 광채를 잃고 방황한다. 은하계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보여주는 잿빛 감옥과 바로크적 양식을 원용한 네크로몬거의 갑옷과 성채는 이 영화가 의상과 세트 등의 볼거리에 들인 정성과 노력을 끄덕거리게 해 주지만, 제작비는 대부분 그쪽에만 들어갔나 보다. 투명한 푸른 눈을 한 빈 디젤은 아무 생각과 표정 없이 액션을 소비하며, 여름 블록버스터의 근육맨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규정한다.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의 보스인 ‘M’ 역으로 이름난 주디 덴치가 리딕의 가능성을 알아본 선지자 역으로 등장, 이 ‘근육 영화’에 몇 안 되는 인상적 장면을 ‘주사(注射)’한다. 13일 개봉.

(어수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