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르코프스키 유코스 전 회장

러시아발 ‘유코스’ 폭풍에 연일 세계 유가(油價)가 출렁거리고 있다.

러시아 법원이 지난달 말 한 차례 석유회사 유코스에 대해 석유생산 중단 명령을 내린 데 이어, 5일 재산 동결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장중 배럴당 44.40달러를 기록하는 등 유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러시아의 영향으로 세계 유가가 요동치자 영국의 일간(日刊) 더 타임스는 최근 ‘러시아가 세계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코스는 어떤 회사인가=유코스는 1996년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회장이 설립했다. 유코스는 국영석유회사의 민영화 과정에서 노른자위 격인 유간스크네프테가즈·사마라네프테가스·톰스크네프트 유전을 인수하며 러시아 석유업계의 강자로 등장했다. 더구나 최근 고유가(高油價) 흐름세를 타고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하루 84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석유업계에서 유코스는 루코일에 이은 2위 회사였다. 유코스의 하루 생산량은 170만배럴로 러시아 생산량의 20%, 전 세계 생산량의 2%를 차지했다. 유코스는 생산량 가운데 절반 가량인 하루 85만배럴을 해외로 수출했다.

유코스는 업계 5위 시브네프티와의 합병을 통해 러시아 최대의 석유재벌이자 세계 4대 석유 메이저로 도약하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유코스 사태=유코스 사태는 지난해 10월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재산 추정액 120억달러) 전 회장이 조세포탈 등 7개 혐의로 체포·구속되면서 시작됐다. 유코스가 정부의 탄압을 받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유코스가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자 크렘린궁이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 유코스가 미국 기업인 엑손 모빌과 셰브론·텍사코 등에 자사 주식의 40% 정도를 매각키로 해 푸틴 대통령의 노여움을 샀다는 것이다. 러시아 석유업체가 미국인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러시아 석유 정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둘째, 유코스의 오너인 호도르코프스키가 푸틴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위협이 됐다는 것이다. 당시 호도르코프스키가 대선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푸틴 대통령에게 제출됐다. 또 그가 야당에 정치자금을 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보복을 가했다는 것이다.

유코스 파산설=유코스는 앞으로 2000년, 2001년 탈세에 대한 추징금으로 모두 67억달러를 납부해야 할 형편이다. 조만간 2002년 탈세 추징금도 부과될 예정이다.

유코스측은 추징금 중 11억7000만달러를 납부하겠다며 반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이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유간스크네프테가즈를 매각해 34억달러의 체납세금을 강제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 1일 유코스에 대해 1차로 34억달러에 이르는 체납세금 강제 추징 집행 영장을 발부하면서, 파산설이 나돌았다. 이어서 법원이 유코스 자산에 대한 매각금지 명령을 내리자 국제유가가 껑충 뛰게 된 것이다.

현재 러시아 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크렘린궁은 현재 5%인 유코스의 정부 지분을 최대 25%까지 늘려 주식 담보 대출 방식으로 유코스를 지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푸틴의 측근인 이고르 세친 크렘린궁 행정부실장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티 회장으로 임명, 유코스 지배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유코스 사태를 정부의 석유사업 국유화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