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알차고 보람된, 또 나름대로 시원한 알뜰 피서를 즐기기 위해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았다. 평소에는 필요한 책을 고르면 바로 도서관을 나왔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볼 수 있게 됐다며 너무나 좋아했다. 수원의 영통도서관은 어린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라 주저하지 않고 찾아갔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 시작한 지 채 5분도 안 되어서 우리 가족의 꿈은 깨어져 버렸다.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 여기저기서 울리는 휴대전화, 거리낌없이 장황하게 큰소리로 통화를 하는 어른들, 친구 이름과 엄마를 부르는 아이, 장난치는 아이들. 그뿐이 아니었다.
어린 자녀들에게 문제지를 풀게 하며 “이건 뭐야?” 묻는 아이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엄마, 책꽂이 앞에 앉아서 갖은 몸짓으로 책을 읽어주는 엄마, 치고 받는 아이들을 따끔하게 꾸짖지도 않는 부모, 그 어느 것 하나 제지하지 않는 사서 선생님 등…. 나중에는 ‘내가 도서실 이용 규칙을 잘못 알고 왔는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지며 더 이상 책을 읽고 싶지도, 읽을 수도 없었다.
아무리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문제지를 많이 풀어 지식이 쌓이면 무엇 하는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것을. 내 아이들이 잘 커서 이 나라의 일꾼이 되길 바란다면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절부터 가르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박찬현·초등학교 강사·경기 수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