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내륙 개발을 목표로 행정수도인 브라질리아를 건설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하지만 신 수도인 브라질리아나 과거의 수도였던 리우데자네이루나 모두 범죄의 증가와 경제난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행정수도인 브라질리아는 넓은 녹지 위에 3층과 6층으로 건설된 아파트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쾌적한 주거 환경을 뽐낸다. 정부 관료들이 많이 몰려 있어 브라질에서 가장 높은 소득과 교육 수준을 자랑한다. 주민들은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호숫가로, 공원으로,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하지만 번화한 대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따분한 곳이다. 영화관, 쇼핑몰 이외에 갈 곳이 별로 없다. 주민 클라유쟈 다비(37)는 “브라질리아에서는 번듯한 콘서트 한번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인 동포들은 브라질리아를 ‘브담사(한적한 백담사를 빗댄 말)’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브라질리아는 도시의 미관(美觀)을 너무 강조한 탓에 자동차 없이는 생활이 불편하다. 브라질리아의 동서를 관통하는 도로는 중앙에 넓은 녹지 공간을 두고 왕복 12차선을 설치, 사람들이 도로를 횡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집집마다 성인 숫자만큼 승용차가 있다고 한다.
브라질리아의 인구증가를 예상하지 못한 도시 계획으로 애꿎은 서민들만 고생하고 있다. 100만명 이상이 운집한 위성도시들에서 브라질리아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는 3개. 출·퇴근시간에는 교통 혼잡이 너무 심해 3개 중 1개 도로는 아예 일방 통행을 실시한다. 인근 위성도시에 살고 있는 시모니 비틴큐어(여·41)는 “출·퇴근에 2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브라질리아 동쪽의 빈민촌에서는 시내로 통하는 대중 교통수단이 아예 없어 소형 트럭들의 불법 영업이 성행한다.
브라질리아의 모습은 어둠이 깔리면서 돌변한다. 상인들과 회사원들이 빠져나간 곳에는 립스틱을 짙게 바른 미니 스커트 차림의 여성들로 붐빈다. 호텔가와 상가 지역의 밤거리는 위성도시에서 몰려든 매춘부들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이곳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아일톤 마췽스(37)는 “밤거리에서 여자들에게 지갑이나 휴대폰을 털리는 남성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지역 상가 번영회의 총무인 알라디노 네토(48)는 “백화점 ‘파티오 브라질’에서 물건을 구입한 쇼핑객들이 상가지역을 거쳐 지하철역까지 무사히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거리 양쪽에 벽을 쌓아 매춘부의 출입을 차단하고, 레스토랑과 바를 24시간 영업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레스토랑과 바는 어두워지면 문을 닫는다.
브라질리아의 두 얼굴은 브라질 북부 지역의 극빈자층이 정부 부처가 위치한 수도로 남하하면서 비롯됐다. 브라질리아 연방특별구는 궁여지책으로 현재까지 60만명의 빈민들에게 무료로 토지와 집을 제공하면서 위성 도시를 건설했다. 하지만 순수하게 행정기능만을 옮겨온 브라질리아는 일자리를 찾아 계속 몰려드는 빈민들을 수용하는 데 한계에 직면한 상태이다.
1763년부터 1960년까지 수도였던 ‘리우데자네이루’도 변하기는 마찬가지다. 리우데자네이루는 바다와 호수, 바위산이 함께 어우러져, 나폴리·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연인들의 해변인 코파카바나는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만원을 이룬다. 하지만 어둠이 깔리면 해변에는 쥐새끼 한 마리 눈에 띄지 않는다. 해변에 강도들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1960년 브라질리아로 수도가 옮겨간 뒤 리우데자네이루의 치안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경찰관 후고는 “밤에는 해변으로 들어가지 말고, 카메라·휴대폰·지갑을 몸에 지니지 말라”고 충고했다.
수도로서 위상을 잃은 리우데자네이루는 경제 사정도 한때 급격히 악화되었다. 특히 고소득층인 공무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소재 FGV 대학 내 브라질 역사 연구소의 카룰로스 사르멘토 박사는 “당시 리우 근로자의 47%가 행정부 기능과 연결되어 있었다”면서 “브라질리아로 따라가지 못한 직원들이 상당수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TV 글로보의 수잔나 로헤스(32) 기자도 “수도이전 후 투자가 줄어드는 등 리우 시민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치의 상징이었던 리우데자네이루의 의회 건물은 1960년 수도가 옮겨간 뒤 10년 동안 문을 닫았다. 과거 의회는 국정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사당 앞에 모인 국민들의 뜻을 국정 최고 운영자들에게 전달했던 곳. 하지만 수도가 떠난 뒤 민의 전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화폐남발에 따른 인플레와 좌파 득세로 인해 1964년 3월 군부에 쿠데타의 빌미를 제공해 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우 주립대의 안젤라 페알바 산토스(47) 경제학과 교수는 “리우는 정치적 힘을 상실하면서 도시의 역동성까지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리우데자네이루= 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