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공포영화의 홍보용 포스터나, 이들 영화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내는 배너 광고의 자극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일부 문제가 됐으나, 올해는 더욱 그 수위가 높아져서 청소년과 학부모들 사이에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0일 개봉한 ‘인형사’(정용기 감독)의 홍보 포스터는 유혈이 낭자한 여자 배우의 얼굴을 비닐로 덮고, 그 위를 창백한 얼굴의 다른 배우가 얼굴로 부비고 있다. 화면 전체에 피를 튀겨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인근에서 한 차량이 공포영화를 홍보하고 있다.

혼령을 부르는 소환술을 소재로한 ‘분신사바’(안병기 감독)의 포스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4일 개봉하는 이 영화 포스터를 보면 한 사람은 공포에 떨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저주하고 있는 표정이며, 두 사람의 사이에는 목을 맨 채 숨져있는 여학생이 있다. 공포영화 ‘알포인트’(공수창 감독) ‘쓰리 몬스터’(박찬욱, 진과, 미이케 다카시 감독) 등의 영화 포스터도 마찬가지.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인근에 극장이 밀집한 이곳에는 공포영화의 포스터들이 벽면 곳곳을 장식하고 있고, 심지어 지하철 역내의 대형 전광판에서도 자극적인 영화 광고가 나오고 있다. 극장 부근에서는 차량을 통한 공포 영화 광고도 한창이다.

인근을 지나가던 유모씨(37)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주위를 지나다 공포영화 광고를 보고 매우 놀랐다”며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을 달래느라 한참을 고생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환승역인 서울역에는 ‘인형사’와 '분신사바'의 포스터들이 연달아 부착되어 있으며 조금 걷다보면 ‘알포인트’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공포영화의 포스터는 환승이 잦은 역일수록 더 많이 붙어있고, 포스터가 연속으로 붙어있는 곳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강남에서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양현오(24)씨는 “공포영화의 광고가 붙은 버스들을 자주 보았다”며 “밤에는 어른들이 봐도 섬뜩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지하통로에 부착된 공포영화 포스터

작년 여름에도 영화의 포스터와 광고물의 자극성은 문제가 됐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는 두 자매의 하얀 원피스가 피로 얼룩져 있는 모습의 영화 ‘장화홍련’(김지운 감독) 포스터가 부착되자 승객들이 “하얀 잠옷 위로 젖은 피가 흥건히 떨어지는 모습이 너무 잔인하다”는 항의가 쇄도했다. 이때문에 지하철측은 A4용지로 피묻은 잠옷을 가리는 임시 방책을 쓰고 제작사에 교체를 권고했다. ‘장화홍련’ 제작사는 이로인해 시내버스 부착 포스터까지 전부 교체했다. 또 어린아이의 창백한 표정이 섬뜩한 느낌을 주는 영화 ‘주온’의 포스터를 보고, 지하철 종로3가에서 길을 지나던 행인이 놀라 쓰러지기도 했다.

영화 포스터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뜨는 이들 영화의 홍보 배너도 매우 자극적이다. 임광훈(14·중 3)군은 " 평균 3~4시간씩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5~6번 이상은 공포영화 배너광고를 접한다"며 "낮에도 배너를 보면서 움찔움찔 놀란다"고 말했다. 임군은 "특히 밤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꿈에 나올까 무섭다"며 "어떤 친구는 혼자 집에 있을때 포스터의 환영이 보인다고 한다"고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이민지(13·중1)양은 "인터넷을 켜면 보기싫고 원하지도 않는 영화 포스터들이 자꾸 떠서 화가난다"며 “공포영화의 포스터를 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무서워 잠도 못자고, 잠이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서 깨기가 일쑤다"고 말했다.

성인들도 비슷해 직장인 김상호(28)씨는 “밤에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으면 화면에 큼직한 공포 영화 홍보 배너가 떠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두고있는 홍모씨(여·41)씨는 "요즘 공포영화의 포스터가 너무 자극적이고 섬뜩하다"면서 "인터넷 배너를 막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위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영화와 영화광고물을 심의하는 영상물 등급위원회 관계자는 별문제가 없지 않냐는 반응이다. 노계원(65) 영상물 등급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스터와 광고물의 등급은 전체관람가를 기준으로 한다”며 “포스터가 가공의 영상이고, 여름철 공포물이므로 그 정도 수준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노위원은 “요즘 아이들은 공포물과 선정물 등에 이미 마비가 되어있는데, 포스터에 문제를 느끼는 아이들이 과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영화평론가인 조희문 상명대 예술대학장은 “한국영화는 전반적으로 성과 욕설 등 표현강도가 강해졌다”며 “사회 구성원의 긴장도와 공격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영화가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지고있는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