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들이 떨고 있다. 대전교도소 교도관 김동민(46) 교위가 지난달 12일 교도소 수용자 김모씨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사망한 뒤에도, 일선 교도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신변 위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위가 근무했던 대전교도소의 교도관 두 명은 최근 기자와 만나 “최근 ‘제2의 김씨가 돼 교도관을 죽이겠다’며 공공연히 교도관들을 협박하는 ‘문제수’들이 늘고 있다”며 “이때문에 생명의 위협도 느끼고, 김 교위 사건의 참혹한 장면이 떠올라 수용자들을 대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김 교위는 면담중 한 수감자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가 3일만에 사망했다. 대전교도소 홈페이지에 있는 김 교위 사이버 분향소(http://www.tjc.go.kr/main.htm)에는 유족들과 직장 동료들의 애절한 사연과 열악한 교정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기도 하다.
◆위협을 느끼는 교도관…교도관 길들이기에 나선 수용자
신원노출을 극도로 꺼린 이들 교도관은 “수용자들의 협박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교도소내에서는 흔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도관은, 국가인권위의 면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앙심을 품은 한 수감자가 올초 "출소가 몇 일 안 남았는데 나간뒤 교도소 정문에서 기다리겠다. 집이 어딘지 안다"고 협박해 한동안 공포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협박’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로 수용자들은 수용시설에 비치된 '교정학' '행형법'등의 법전을 통해 해박한 법률 지식을 갖추고 교도관들을 협박한다는 것. 교도관들은 가장 많은 ‘협박’은 수감생활중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수감자로부터 인권위에 진정을 당하면 교도관은 본업인 수용자 관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각종 자신을 방어할 자료를 준비하는 과외일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
다른 교도관은 “수차례 수용자로부터 인권위 진정을 당했다”면서 “수용자들의 진정은 인권위의 조사 결과 90% 가까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나 여기저기에 불려 다니는 일이 번거롭고 일단 ‘문제’를 일으키면 상급자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몸을 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인권위의 육성철 공보담당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감자의 진정을 받고 인권위가 조사한뒤 교정기관에 전달하는 권고 결정은 97%가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는 인권위 결정이 타당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교도관들은 번거롭겠지만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구금 시설 운영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협을 받아도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교도관
이러한 교도소내 문제들은 “극소수 ‘문제수’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는 데에 있다”는 것이 교도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교도관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들을 일반인인 교도관이 오직 말로써 통제해야 되는 실정"이라며 “내 자신을 보호할 장비 없이 혼자 100여명의 수용자를 담당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일부 '문제수'라고 불리는 수용자들은 제재 수단인 '징벌' 처분 자체를 우습게 여긴다"며 "수용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질서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제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도관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인 가스총과 전기충격기가 있지만 "수용자끼리 싸우거나 교도관을 폭행할 경우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사용한다 해도 '과잉진압' 등 오해 소지가 많아 상급자에게 질책 당하기도 한다”며 “더욱이 캠코더로 상황을 촬영해야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교도관은 “수용자들의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일선 교도관들은 싫은 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용자들의 원한을 살 수 밖에 없는 위치"라며 "그렇지만 10여년간 가스총을 사용해 본 적이 단 한번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 김동민 교위는 돈 없는 수용자에게 영치금을 매달 넣어주며, 면담 요청시 몇 시간이고 수용자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줬던 교도관이었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인터넷에서 뭉치는 교도관들
김 교위 사망사건으로 전국 교정 공무원 사회는 술렁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달 대전교도소 홈페이지에 설치된 사이버 분향소에는 김 교위를 추모하는 전국의 교도관들과 네티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도관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생각자’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법무부 수장에게'라는 글에서 “장관님 수하의 직원이 수용자의 폭행으로 사망하였음을 알면서도 법무부 차원의 말이 없다”며 교도관 보호를 위한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포탈 사이트 '다음'에는 '교도관 아내들의 모임(cafe.daum.net/borami2)’이라는 카페도 생겼다. 이 카페는 교도관 아내들이 '교도관 인권 보장'을 위한 토론의 장으로 마련한 것. 10일 만에 400여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교도관 아내들의 의견을 취합해 법무부장관과 인권위원회 등에 전달하겠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 일부 교도관들 "정부 대책은 탁상공론"
정부는 김 교위 사망과 관련 지난달말 법무무 홈페이지에 실린 법무부 교정국장 담화문을 통해 대책을 제시했다. 교정국장은 담화문에서 교도관 신변안전을 위해 ▲가스총 등 법률상 허용된 강제력 행사 ▲시설보완 ▲근무 중인 직원 협박 등의 경우 형사 입건 ▲ 문제수용자의 청송 제2교도소 이송 ▲상습적 무고에 대처하기 위한 교정기관별 고문변호사 위촉 등의 대책이 들어있다.
이에 대해 교정 공무원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교정국장의 담화문에 ‘청송 제2교도소 교정 공무원’이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문제 수용자들을 청송에 모아놓으면 우리만 죽으란 얘기냐”며 반발했고, 다른 교도관들은 “여론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무마용”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교도관은 기자와 만나 "내놓는 대책은 많아도 실천이 현장에서 안되는게 문제”라며 “교도관들이 느끼는 신변 위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정시설 운영 현황을 언론 등에 개방해 실상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리는게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제대로된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