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 7월 23일까지 일부 국유재산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비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연간 수십억원 수입이 무난한 금싸라기 땅을 그대로 놀리거나, 땅이 무단 점유당하고 있는가 하면, 국민 혈세로 땅을 사들이고도 소유권 이전 등기를 게을리해 ‘남의 땅’이 돼버린 경우까지 확인됐다.
서울 서초동 법원 인근의 1447㎡(437평)에 달하는 토지는 공시지가로 계산해도 60억원을 웃도는 금싸라기 땅인데 수년째 방치돼 있다. 건설교통부가 소유주로 돼 있는 이 땅은 법원·검찰청·대기업·금융기관 등이 몰려 있는 곳으로, 이 땅을 임대하거나 건물을 지어 임대사업 등을 할 경우 상당한 국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도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인근 건물의 관리인들도 “법원 청사 주변 주차난이 엄청나 일부 주차장에서 10분당 3000원의 주차료를 받아도 주차가 어려운데, 땅을 마냥 놀리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땅을 특별한 시설 없이 주차장으로만 활용해도 최소 60대 가량의 주차 공간이 확보된다. 10분당 3000원의 주차료를 적용하면 1시간당 100만원, 하루 10시간만 운영해도 1000만원, 한 달이면 3억원의 주차료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관리비용을 빼도 연간 30억원의 국고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만큼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땅은 토지공사가 재정경제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관리 중인데, 1991년부터 무단 점유·사용 개인들을 상대로 ‘토지인도 및 건물철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강제 퇴거·철거 과정에서 집단반발 혹은 인명 피해가 날까 우려해 방치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이 지역 임대료는 10평당 월 200만원 수준이다. 500평만 제대로 임대해도 월 1억원, 연간 12억원의 국고수입이 확보될 수 있는 셈이다.
한 개인사업자는 “최근 이 땅에 골프연습장 임대를 신청했는데, 국가가 임대료를 너무 높게 책정해 제시하는 바람에 포기했다. 국가가 매각에만 신경쓰는 바람에 제대로 활용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 인근의 3필지, 총면적 2179㎡(659평)인 국유 토지는 80년대 이후 무허가 점포 등에 의해 무단 점유·사용되고 있다. 한두 명씩 시작된 불법 유입을 방치하다, 현재는 20가구 50여명이 이 땅을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음식점, 광고사무실 등 점포만도 10여개에 달한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02년 6월까지 당진~신평 간 도로공사를 포함해 충청남도 내 16개 도로공사를 하면서 274필지 17만㎡(약 5만평)에 이르는 토지에 대해 보상금 27억여원을 지급했으나, 6개월 후인 2003년 초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사들이고 이전 등기를 하지 않은 사이 일부 토지는 소유자가 변경됐고, 근저당이 설정된 토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 소유권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 심지어 법정 소송까지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감사원 관계자들은 “예비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번 감사에서는 종전과 달리 국·공유 재산 전반에 대한 관리실태를 점검해 부실관리에 따른 직·간접적 국고손실 실태를 전면적으로 노출시켜 개선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