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8월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난 북한 수학자 조주경씨와 어머니 신재순씨.

“불쌍한 어머니 가슴이 찢어져요. 아 어머니… 함께 살자고 떨어질 줄 모르던 어머니. 통일이 되길 그토록 빌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아요”(2000년 ×월 ×일)

북한 최고의 수학자 조주경씨가 남한의 어머니 신재순 할머니를 그리며 50년 넘게 써온 편지가 북한이 해외 홍보용으로 발행하는 월간지 ‘금수강산’ 7월호에 공개됐다. 6·25 전쟁 당시 서울대 재학 중이던 조씨는 의용군으로 부상을 입은 뒤 북으로 갔으며, 이때부터 최근 사망할 때까지 50년 넘게 어머니를 그리며 편지를 써왔다는 것.

잡지는 그동안 부치지 못했던 조씨의 편지와 유족 사진을 공개하면서 그 내용이 신재순 할머니에게 알려지길 희망했으나, 신 할머니는 지난 7월 별세했다. 조씨는 지난 2000년 8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신 할머니를 만난 뒤 “…함께 살자고 떨어질 줄 모르던 어머니…”라는 편지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월북 직후 처음 쓴 편지에선 “서울의 그 셋방에서 기다리시겠다더니 지금 어디 계십니까… 세상에 한 점 혈육만을 남기신 어머님께 효도 못하는 이 아들은 가슴이 미어집니다”라고 했고, 60년대 중반에 쓴 편지에선 “사랑하는 어머니, 기뻐하세요. 전 이번에 모스크바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새로운 공식을 발표해 학계가 법석 끓었어요”라고 했다.

조씨는 또 자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고생하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온종일 지친 몸을 끌며 돌아왔어도 셋방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방해할까봐 신발을 벗어보지 못한 채 또 일감을 찾아 떠나던 어머니였다”고 했다.

신 할머니는 지난 2001년 초 평양을 방문했던 남측 인사를 통해 조씨가 전한 편지와 사진을 늘 품고 자신이 지내던 부산의 한 법당에서 재회의 날을 고대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