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 현재 한국 주재 외국공관 대사들은 대부분 ‘부재중(不在中)’이다. 많은 국가의 대사들이 길면 두 달이나 되는 느긋한 휴가를 떠나고 없다. 서울 외교가의 많은 대사들은 9월중순이나 돼야 돌아올 예정이다.

한국 휴일과 본국 휴일을 모두 쉬는 경우가 많아 휴일이 풍족한 외교가에서도 가족들의 방학과 맞물리고 두 달이나 장기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름휴가는 ‘휴가의 꽃’이다. 대사 자녀들의 방학이 대부분 겨울엔 짧고 여름에 길기 때문에, 많은 대사들은 여름에 가족과 함께 본국에 돌아가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한다.물론 대사들에게 휴가기간은 본국 업무보고 기간을 겸하고 있다. 대사들은 자리를 비울 경우 ‘레터’를 돌려 각국 대사관에 이 사실을 공지한다. 수많은 대사관들이 서로 소식을 주고 받을 때 ‘우체통’ 역할을 하는 것은 외교부에 있는 대사관용 사서함이다. 여름 휴가철이면 휴가를 알리는 많은 대사들의 레터가 들어찬다.

엔리케 파네스(54) 주한 스페인 대사는 8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다. 우선은 고향인 바르셀로나로 가서 혼자 사는 어머니를 찾아 뵙고, 그 동안 가보고 싶어하던 곳에 모시고 가고, 별미 음식도 사드리려고 한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도 만나서는 옛날 얘기를 나누며 한가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며칠 말미를 내서 독일 본에도 다녀올 예정이다. 본에 위치한 유엔 산하 기구에서 근무하는 딸을 만나보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로마에도 며칠 다녀올 계획이다. 10대인 아들이 로마의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 휴가 기간 중에 마드리드 외무부 청사에서 열리는 연례 공관장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그러자니 9월 중순 쯤에나 한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도리언 프린스(50)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8월 중순에 휴가를 떠나 터키 이스탄불에서 2주일을 보낼 예정이다. 본국인 영국에 가기 앞서 런던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둘째 딸을 터키로 불러 함께 휴가를 즐길 계획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에서 영화 일을 하고 있는 큰 딸은 이스탄불에서 만나기 힘들 것 같다. 휴가 중간에는 며칠간 벨기에 브뤼셀 소재 EU본부에 들려 업무 협의를 하게 된다.

오스만 제란디(53) 주한 튀니지 대사는 7월말에 출발, 9월초까지 본국의 바캉스철에 맞춰 고향 튀니스로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다. 제란디 대사는 “뛰어난 해변 풍광을 자랑하는 튀니지는 휴가철마다 전세계에서 몰려온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바캉스 천국”이라고 자랑했다. 특히 올해는 수원에 있는 사단법인 ‘우리소리’에서 1일부터 15일까지 하마메트, 수스, 스팍스 등의 주요 휴양지를 돌아다니면서 한국 춤과 민요 등의 민속 공연을 가지도록 주선했다.

포르투갈 카를로스 후로타 대사 역시 7월초 본국으로 휴가를 떠났으며, 이달초에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는 6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휴가를 받아서 영국으로 귀국했다. 모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부임한 뒤 첫번째 휴가로, 이례적으로 긴 휴가를 신청했다. 조지 아미카코풀로스 그리스 대사는 휴가를 끝내고 며칠 전에 복귀했다. 주한 외교단 단장을 맡고 있는 알프레도 운고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도 지난 주 휴가차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한국을 비교적 중시하는 아시아 국가의 주한 대사들은 느긋한 휴가를 즐길 여유가 없는 편이다.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60) 주한 일본대사도 지금 휴가중이지만, 대사관측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대사의 일정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정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리빈(李濱) 중국대사는 이달 하순 중국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일단 귀국하면 외교부에 들어가 업무보고를 한 다음 중국 국내 지방으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올해는 5년에 한번씩 중국 외교부가 주관하는 공관장 회의를 하는 해다. 그러나 리빈 대사는 그나마도 이달말 중국 VIP의 방한이 이뤄질 경우 휴가는 가을로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해야 할 판이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