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금융감독기구 개편 방향에 금융감독원 노조가 집단으로 반발하자 사표 제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부혁신위원회는 최근 정부 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와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금감원)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을 권고하면서, 금감원은 감독기능의 상당 부문을 금감위에 넘기고, 검사업무만 담당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발끈한 금감원 노조가 지난달 30일 노조위원장이 삭발하는 등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는 이 위원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금감원 직원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어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신용카드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LG카드 문제가 불거진 것도 사퇴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LG카드 사태 이후 청와대 신임이 떨어졌음을 이 위원장 본인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란 후문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이 위원장을 카드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고,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이 국회에서 “카드사태와 관련해 이 위원장의 여신감독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위원장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의 부인인 박금옥씨는 “휴가기간(26~30일) 중 주로 집에 머물면서 물러날지를 고민하셨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조만간 후임 금감위원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윤증현(尹增鉉) 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이 금융전문가로 조직 장악력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많이 거론되나, 외환위기 당시 금융정책 책임자란 점이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재경부 출신으로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낸 유지창(柳志昌) 산업은행 총재가 무난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 노무현 대통령 초기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동걸(李東傑) 현 금감위 부위원장이 현 정권과 코드가 잘 맞는다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지목되고 있으며, 정건용(鄭健溶) 전 산은 총재도 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