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끝없는 이야기’ 등으로 유명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동화작가 미하엘 엔데의 대표작 20편을 모아놓은 동화집. 동화라고는 하지만 우화의 성격이 강하고,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깨우치는 내용이 많아 삼복더위에 온 가족이 찬물에 발 담그고 앉아 읽기 좋은 책이다.
1권의 표제작 ‘렝켄의 비밀’과 ‘마법학교’는 천재적 판타지 작가라는 미하엘 엔데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엔데의 판타지엔 재미 못지않은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자신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 부모를 골탕먹이기 위해 요정에게서 얻어온 마법의 설탕을 이용해 엄마 아빠를 난쟁이로 만들어 버리는 당돌한 소녀 렝켄.
엄마 아빠보다 훨씬 큰 거인이 되어 약을 올리는 렝켄은, 그러나 곧 자신이 벌인 일을 후회한다. 해리포터를 연상케 하는 마법학교의 쌍둥이 학생 머그와 말리가 질버 선생님으로부터 단계별로 마법 수업을 받는 장면도 재미있다. “마법을 부리려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질버 선생님의 철학적인 가르침. 쌍둥이 남매는 결국 소원나라 마법학교를 방문한 외계의 ‘어른 손님’을 괴물로부터 구해주는 활약을 펼친다.
엔데의 우화는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한다. ‘마법의 수프’는 지구상에서 끊이지 않는 어른들의 전쟁을 질타하는 우화다. 서로 짝을 이뤄야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수프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냄비와 국자를 따로따로 소유한 채 어리석은 방법으로 서로의 소유물을 빼앗으려는 두 나라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 사랑한 왕자와 공주가 전쟁이 벌어진 틈을 이용해 냄비와 국자를 만나게 하고, 그로 인해 두 나라가 화해하는 과정은 사람 사이에 평화를 이루기가 얼마나 쉬운 일인지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