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이라크에 투입될 미 2여단 이외 부대들의 전차·자주포 등 장비도 차출한 사실이 본지 보도< 29일자 A1면 >로 알려지자 미군측은 “한국 국방부와 합참에 장비의 전개를 포함한 이번 작전에 대해 알려줬다”며 한국측에 사전통보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미군측이 입장을 밝힐 사안”이라며 언급을 피했으나, 군 고위관계자들은 “미측으로부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사전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미군측의 공식입장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미 군 당국은 M-1A1 전차나 M-109A6 자주포 등이 미 2여단의 작전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나가는 것이며, 소규모이기 때문에 전력 손실은 없다는 점에선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1개 여단이 이라크에서 특정지역을 맡아 독자적인 작전을 펴기 위해선 보병 작전이라도 1개 전차 중대(10여대), 1개 포병 대대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이 이번에 차출한 미군 전차 및 자주포 숫자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각각 10여대(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은 현재 140여대의 M-1A1전차와 36문의 ‘팔라딘’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날 선적된 일부 장비는 이라크에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2사단내 다른 부대로부터 2여단 전투팀을 전술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것으로, 전술적 필요와 부대의 목적 달성을 위한 장비의 교환은 일상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2여단 이외 부대의 장비도 차출됐음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지난 5·6월 미 2여단 차출 및 주한미군 1만2500여명 감축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설명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협상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지난 6월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미 여단병력이 (한반도 밖으로) 차출되면, 그 여단이 가지고 있는 주요 장비나 무기는 고스란히 한국에 남는다”며 2여단 병력 위주로 차출되는 것처럼 얘기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중순 미 2여단 이라크 차출 발표로 전력공백 논란이 빚어졌을 때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1개 여단을 차출하되 항공, 기갑 전력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혀 전차, 헬기 등은 차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에서 효용성이 높지 않은 자주포를 굳이 차출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항세력의 게릴라전에 대항하는 현재의 안정화 작전에선 전차, 보병전투차량, 험비(고기동차량)가 주로 사용되며 자주포는 용도가 크게 제한된다는 것이다. 미측은 이번에 주한미군 보유 자주포의 절반 가까이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미측이 이라크 차출을 내세워 일부 장비 및 부대의 철수를 앞당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유용원기자 ky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