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보〉(170~201)=프로 기사들은 왜 종반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할까. 초·중반이라면 만회할 기회라도 엿볼 수 있지만 종반의 실수는 패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농구에서도 팽팽한 두 팀의 승부는 마지막 1분 사이 결정되지 않던가. 프로 복싱 심판들은 최종 라운드 채점에 다소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마지막 순간 긴장의 끈을 놓치는 쪽이 최후까지 집중하는 상대를 당할 수 없는 이치는 너무도 당연하다.

170은 종반 백이 범한 몇 차례 사소한 실수의 완결판으로 패착의 굴레를 썼다. 참고도 3까지 정비 후 4와 7을 맞보는 게 최선. 이랬으면 흑이 아직 약간 두텁긴 해도 서로 장담할 수 없는 반 집 승부였다는 결론이다. 171이 자체로도 더 큰 데다 199로 가르는 뒷 맛도 보고 있어 팽팽하던 균형이 깨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구리가 178의 패로 버텼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다. 그렇더라도 194는 배워둘 만한 지킴수. 흑 ‘가’로부터의 연단수와 ‘나’의 젖힘을 동시에 방지하고 있다. 바둑은 그러나 조용히 끝나지 않았다. 잠시 후 좌중앙서 뜻밖의 소란이 발생하는데…. (181 187 193…175, 184 190…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