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지난 14일 의원 151명 전원이 참여해 ‘재래시장육성특별법’을 발의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내년 3월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시행할 계획이다. 법안의 취지는 쇠락하는 서민경제의 상징이 된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정부가 나서서 끌어올려 대형 할인점과 경쟁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재래시장육성법은 한 마디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낡은 시장 건물을 새로 짓거나 뜯어 고치고, 규제나 세금도 줄여 주고, 손님을 붙잡기 위해 경영방식도 현대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분 재정(財政) 지출이 필요한 조항들이다.

법안은 시장 재개발과 재건축요건을 쉽게 하고 사업성도 크게 높였다. 이전보다 고층으로 더 넓게 지을 수 있게 되는데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면적 총합의 비율)은 700%까지 늘어난다. 새 시장의 건물 높이 규제는 종전에 인접 건축물과의 수평거리 2배 이내였던 것이 4배까지로 완화된다. 상업지역의 상가는 대지면적의 90%(종전 70%) 넓이까지 건물을 들일 수 있다. 넓어지는 건물에 고객을 위한 공간을 더 많이 배치하면 손님도 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재건축이 아니더라도 리모델링을 하거나 주차장, 화장실, 진입도로 개설 등 시장의 시설을 현대화할 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도록 했다. 일부 사업은 정부가 60%, 지자체가 30%, 상인이 10%의 비용을 분담한다. 이런 사업을 할 때 부과되는 도로점용료나 취득세 등록세 등 상인들의 부담이 되는 각종 비용은 면제되거나 크게 깎인다.

법안은 이런 ‘하드웨어’ 개조 외에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부분에도 정부의 지원 규정을 뒀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통신 판매나 전자상거래, 신용카드 시스템 구축, 공동물류와 배달체계 구축, 판촉 홍보행사 등에 드는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다.

여권이 각별히 공들여 추진하는 법안답게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담고 있지만 그 한계(限界)가 있고,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이 법안 공청회는 시끄러웠다. 모두들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했지만, 특히 ‘누가 혜택을 보느냐’의 문제를 놓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열린우리당은 당론으로‘재래시장육성특별법’을 발의하고, 한나라당도 관련 법을 준비하고 있어 침체에 빠진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남대문 재래시장의 모습. (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내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시행되는 이 법안 추진을 위한 비용으로 정부와 여당은 일단 앞으로 5년간 7000억원 정도를 투입하려 한다. 큰돈이지만 재래시장이 1200개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돌아가는 비용은 턱없이 적을 수 있다. 때문에 ‘심사’를 통과한 시장만 지원이 가능한데 경쟁에서 밀리는 소규모 동네 시장들의 반발과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할지가 문제다. 또 세를 든 상인들의 입에선 벌써부터 “상가 소유주를 위한 법이지,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공청회에선 “새 집을 지어 상가의 값어치가 올라가면 주인이 세도 올릴 텐데 그땐 어쩔 거냐”는 항의도 있었고, “건물 새로 짓고 환경 정비하면 결국 노점상은 다 쫓아낼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는 민생경제 탐방을 한다며 재래시장을 찾아다녔고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생경제살리기 추진본부까지 만들어 ‘재래시장 육성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한나라당도 ‘재래시장 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놨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산자위 간사인 오영식(吳泳食)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고, 17대 국회에서 통과되는 경제 관련 1호 법안으로 만들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나라당은 입법 과정에서 문제점을 보완해 “제대로 된 법은 우리가 만들었다”고 하고 싶어한다. 한나라당은 여당안대로 5년간 7000억원 지원으론 턱없이 부족해 1조원으로 늘리고,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중앙정부의 지원을 늘리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