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의 막내인 미영(김효진)은 ‘사랑은 쇼핑’이라고 믿는 재즈가수다. 그녀는 최수현이란 남자를 나긋나긋하지 않은 성격과 완벽한 매너, 그리고 정열을 갖춘 남자로 바라본다. 오스트리아 작가 바흐만의 시를 좋아하는 선영(최지우)에게 그 남자는 아버지 기억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감성의 소유자. 아내를 불어터진 누룽지처럼 보는 남편과의 관계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진영(추상미)에게 그 남자는 자신의 목덜미가 아름다운 것을 처음 알게 해준 동생의 약혼자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성과 사랑에 대한 생각이 확연히 다른 세 자매와 동시에 사랑을 나누는 수현(이병헌)이라는 남자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엮였다. 어느 선술집에서나 흔히 들리는 성에 관한 비유나, 되바라진 20대의 설익은 섹스 예찬이 주를 이루는 초반부 미영 이야기의 지루함을 견디면, 남성들의 ‘처녀’ 공략이 왜 재미있는지를 증명하는 선영 얘기가, 그리고 권태기 부부 성상담론과 같은 진영의 얘기가 펼쳐진다.
한 남자를 다르게 기억하는 자매의 시선이나 관계에 대한 묘사보다는 한 남자의 세 여자 ‘정복’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스캔들’처럼 밀고 당기는 심리전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세 여자 눈에 비친 다양한 이병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긴장이 빠진 연애담이란 늘어난 뱃살처럼 매력이 없는 법. 비밀이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앙큼한 선언적 결말을 빼고는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싱글즈’가 넘은 성과 결혼에 대한 완고한 담장을 하나도 넘지 못해 아쉽다. 중견 장현수 감독의 7번째 영화.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