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반윤리적으로 패러디해 여성계ㆍ언론ㆍ야당의 거센 비판을 자초한 신규용(33)씨는 누구인가. 그는 ‘첫비’라는 필명으로 네티즌 사이에서는 ‘정치무협극화-대선자객’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진 패러디 작가다. 안동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인테리어 회사를 거쳐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이력에 끌려 노사모에 가입했다.
“노사모 여러분! 오늘도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가서 우리의 희망이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희망돼지 파이팅!”(노사모 홈페이지, 첫비, 2003.9.3.)
그는 자신이 만든 ‘희망돼지’ 디자인이 노사모 공모전에 뽑히면서 일약 노사모 내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그는 노사모 중앙사무국에 근무하면서 온라인·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전국의 노사모 회원들과 활발하게 관계했고 기획간사를 맡고는 노사모의 각종 캐릭터와 그래픽, 만화 등을 책임졌다. 실험작으로 인터넷에 띄운 ‘대선자객’ 시리즈가 히트한 이후 라이브이즈닷컴을 열고 현재 전문 패러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퍼갈 수 있게 꾸며
‘시사·정치 놀이터’를 표방한 라이브이즈닷컴은 정치인의 얼굴을 그대로 이용한 패러디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메인 화면부터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에 매우 비판적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문구와 그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재희의 ‘조선일보 사설 비평’, 포청천의 ‘시사만평 비교’(일반신문과 ‘조폭찌라시’를 비교한다고 함) 등과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굴 보도 등이 눈에 띄었다. ‘여의도·청와대 뉴스’라며 신문·방송사의 정치 뉴스도 보여주고 있었다.
라이브이즈닷컴의 최고 인기스타는 ‘첫비’였다. 첫비는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 패러디물의 조회수는 많은 경우 13만에 육박했다. 첫비가 요즘 ‘대선자객’에 이어 새로 연재 중인 ‘여의도룡기’는 유신공주 ‘박그네’(박근혜 의원), 무대뽀 ‘홍쭌뽀’(홍준표 의원), 이빨마녀 ‘젖여옥’(전여옥 의원) 등이 등장해, 문광대인 ‘정서채’(정동채 장관), 언어마공의 지존 ‘구시민’(유시민 의원), 통일대인 ‘서동영’(정동영 장관) 등과 여의도 패권을 향한 한판 싸움을 벌인다는 내용의 패러디물이다. 첫비를 비롯 바람서리, 서서 등 8명의 작가가 각자 자신의 게시판을 가지고 작품을 올렸다.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쉽게 퍼갈 수 있도록 바로가기 태그(컴퓨터 용어인 html을 구성하는 코드, 아무 게시판에나 바로가기 태그를 복사해 두면 클릭 한 번으로 패러디물 사이트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까지 올려놓고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정치 풍자 패러디물은 쉽게 블로그를 타고 네티즌 사이로 퍼져나간다.
“여유와 포용 없는 정치권이 안타깝다”
“내가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것이 아니다. 라이브이즈닷컴에 올라온 내 작품을 누군가 청와대 게시판에 퍼 나른 것이다. 언론이나 청와대나 패러디의 한 부분만 잘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인가.”
신규용씨가 7월 13일 라이브이즈닷컴에 올린 패러디물 ‘조선 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치워라’는 이를 본 한 네티즌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고 청와대 직원이 다시 이를 메인 화면에 올리며 논란을 빚었다. 신씨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한나라당이 말하면 무조건 ‘차렷!’한다”며 “영화 ‘해피엔드’를 패러디, 조선·동아일보와 한나라당과의 ‘한집 살림’ 관계를 표현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의원에 대한 성적 모독 주장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상징적 존재이므로 한나라당을 패러디한 것이지 결코 여성 정치인을 비하, 모독한 게 아니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한 패러디물도 많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신규용씨의 패러디물이 일으킨 파문은 이해찬 총리의 사과, 청와대의 공식 사과에 이어 급기야 청와대 안영배 국정홍보비서관과 김진국 홍보비서관실 행정요원 등 2명이 직위해제된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주간조선은 7월 15~18일까지 신규용, 김태일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두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아 직접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소인배들이 활보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미래는 암담할 뿐.” 7월 16일, 라이브이즈닷컴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라이브이즈닷컴은 “국민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데 기여한 패러디 작가에 대해 가해진 이 같은 문화폭력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며 “풍자와 해학, 여유와 포용이 없는 정치권이 안타깝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라이브이즈닷컴의 대표 김태일(37)씨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패러디는 합성사진과 글 모두를 종합한 작품”이라며 한 장면만 문제 삼는다면 정치 패러디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패러디 열풍, 공중파 방송까지 침투
‘50년간 지켜온 서울의 콩고물을 어떻게 포기한단 말인가!! 목숨을 걸고 수도를 사수하자! 은은한 카리스마 박근혜 대위. 저격의 달인 홍준표 상병, 부식은 내게 맡겨라 이한구 PX병. 그들이 펼치는 화끈한 모험과 끈끈한 전우애….’
정치 패러디 ‘헤딩라인 뉴스’의 한 장면이다. 올 상반기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패러디물은 상위권을 차지했다.(네이버 집계) 2004년 7월 둘째 주 ‘급상승 키워드 10’에서도 이명박 패러디가 9위를 차지했다.(엠파스 집계)
‘헤딩라인 뉴스’ 역시 인기 검색어 중 하나. ‘헤딩라인 뉴스’는 딴지일보 출신 5명이 나와 만든 패러디 뉴스 사이트 ‘미디어몹’에서 매주 3회 방송되는 인터넷 뉴스다. 이슈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패러디를 통해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엽기’와 ‘영상’에 쉽게 끌리는 네티즌들이 열광하고 있다. 개별 기사에 대해서도 네티즌의 클릭 수와 링크가 걸려있는 수에 따라 지면 구성을 결정한다. ‘더 인기있는’ 기사가 ‘더 중요한 기사’가 된다. ‘헤딩라인 뉴스’는 지난 3월 2일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숱한 화제작들을 낳으며 인터넷 인기 사이트로 급부상했다.
패러디물이 이렇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지상파에서도 따로 코너를 만들어 인터넷 정치 패러디 뉴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KBS ‘생방송 시사 투나잇’은 아예 ‘인터넷 정치 패러디 헤딩라인 뉴스’라는 코너를 따로 만들어 패러디 뉴스를 그대로 방영하고 있다(7월 12일 현재). 패러디 콘테스트도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31일까지 서울신문사는 (사)반부패국민연대와 함께 ‘반부패/부패 패러디 웹작품 콘테스트’후보작을 공모하여 각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에게 디지털카메라를 부상으로 줄 예정이다. 서울신문사는 패러디 콘테스트를 알리는 ‘사고’에서 네티즌이 현실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의 패러디 작품들을 웹에서 주고 받는 것은 이제 하나의 새로운 문화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은 7월 15일 독자에게 보낸 뉴스레터 ‘디지털 정당 의원의 아날로그식 발본색원 분노’에서 “여야 의원님들 부디 해피못하시더라도 너무 과민반응하지 마세요. 이른바 디지털 정당의 의원님이신데, 의연해지셔야지 아날로그식 분노와 발본색원은 곤란합니다. 네티즌의 패러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이런 적나라한 패러디에 대해 비난도 만만치 않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7월 17일 한국일보 칼럼 ‘도(度) 넘는 패러디 그만’에서 최근의 패러디 양태에 대해 비판했다. 강미은 교수는 “창의성이라는 것이 꼭 엽기적이어야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품위를 지키는 위트와 유머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은가. 재미가 꼭 천박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교양의 향기가 나는 패러디를 보고 싶다고 했다.
라이브이즈닷컴의 대표 김태용씨는 ‘친일청산법을 반대한 국회의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이용, 플래시 동영상을 게재해 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되었다. 아마추어 패러디 작가 연대의 신상민(ID:하얀쪽배) 준비위원장은 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물을 인터넷에 게재하여 비방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체포되어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신상민씨는 6월 16일 한국언론법학회가 주최한 ‘정치 패러디와 표현의 자유’ 세미나에서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면 그에 맞게 법률도 수정돼야 하는데 법률적 보완이 이뤄지지 못한 조항을 바탕으로 무리한 수사와 입건을 하는 것은 인터넷 민주주의의 첫 시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방석호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같은 세미나에서 “패러디는 수용자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사진 몇 장 떼어 붙이고 문구 몇 개를 집어넣은 패러디를 놓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주간조선의 허락을 얻어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