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청와대 홈페이지의 ‘박근혜 성적 비하 패러디’ 사건이 터진 지 일주일 만에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정치 패러디”이며 “가장 중대한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패러디에 대해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이미 일주일 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적절치 못한’ 성희롱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작 여성의 권리 신장을 존재 첫 이유로 삼는 ‘여연’은 ‘입장 정리’에 긴 시간을 들였다. 이날 여연 대표가 “원래 발빠르게 반응하는 단체가 아니고 좀 굼뜬 편이라 논의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한 것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패러디가 성희롱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를 두고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말은 실망스러웠다. 여연은 게다가 입장표명을 미룬 데 대한 언론의 비판을 “시민단체에 대한 음해”라고까지 했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같은 여자로서 첫눈에 수치심을 느꼈다”는 여대생, “그래도 여성 정치인의 상징이고 한 정당의 최고 대표자인데 청와대가 실수로 15시간을 올려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한 남자 회사원 등 건전한 상식을 지닌 일반인보다 정작 여성운동가들의 문제 의식이 훨씬 떨어지는 것 아닌가.
여연은 지난 1980·90년대에 기존의 여성운동 단체들이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하며 억압받는 여성을 위한 활동으로 신뢰를 얻어왔다. 그 같은 정의감·도덕성이 무엇보다 큰 자산이었다. 여연의 전 대표들은 현 정부의 장관이나 집권여당 의원으로 줄줄이 권력에 입성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성적 비하에 대해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작 여성운동의 전선(前線)을 여성운동가들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