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이 추진 중인 불법자금국고환수법과 공직자윤리법, 친일진상규명법 등을 놓고 소급입법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여권의 시선이 16대 대선과 안기부 자금, 친일청산, 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 등 '과거'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 현상이다.
여당은 "공직자의 불법적 자금모금과 부도덕한 재산형성을 막으려면 불가피하다"며 밀어붙일 태세다. "친일 반민족 행위에 대해서는 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헌법까지 무시한 개혁지상주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불법자금국고환수법
여당이 추진 중인 불법자금국고환수법은 국회의원과 공직자가 받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등을 국가가 몰수하고 이들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제3자에 대해서도 국고환수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16대 대선자금과 96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돈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안풍(安風)' 자금도 국고환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李銀榮) 의원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한 대선자금을 받은 정당과 정치인, 안풍 자금 수수자에 대한 몰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받은 자금을 몰수하는 것은 형법상 소급처벌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공직자윤리법
여당은 공직자 재산 등록시 재산취득 경위와 소득원을 밝히고 주식을 백지신탁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부도덕하게 재산을 불린 인사의 공직 진입이나 직무를 이용한 사익 추구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직자라는 이유로 과거 재산형성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소명하지 못할 경우 공직취임 및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소급처벌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윤순철 정책실장은 “기준 시점과 대상 등이 불분명한 데다 공직자라는 이유로 재산 변동을 전부 밝히라는 것은 무리이고 사생활 침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취득했던 재산을 뒤늦게 문제삼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는 “불법의 개연성이 짙은 경우로 한정하자”는 말이 나온다.
◆친일진상규명법 및 국고환수법
해방 이전 친일행위자와 그 후손에 대한 친일행적을 조사토록 한 친일진상규명법은 '과거사 바로잡기'라는 법 제정의 취지와는 별개로 "공소시효 규정에 대한 예외인정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 최용규(崔龍圭) 의원 등이 준비 중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은 친일행위자가 취득했거나 상속한 재산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해 소급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 "불이익을 주는 데 치중하다 공연한 반발을 야기, 과거사 바로잡기라는 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