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열린‘여름, 책의 향연…그리스 신화’편에 참석한 청중이 이윤기(가운데) 씨와 이우일(오른쪽)씨의 신화학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그리스 신화’ 대담을 듣는 청중들은 신화와 인간, 신화와 문명의 관계를 설파한 작가들의 강연에 행복하게 빠져들었다.

조선일보와 교보문고가 공동 기획한 ‘여름, 책의 향연’ 두번째 행사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 이윤기씨와 만화 ‘호메로스가 간다’의 저자 이우일씨의 대담이 17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 문화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를 만나려는 청중들로 크게 붐볐다. 그리스 신화가 서양 문명의 모태가 된 이유, 동·서양의 고대 신화들에서 발견되는 인간정신의 보편성 등에 대한 담론이 이어졌고, 두 작가의 재치와 해박한 지식에 감탄의 박수가 터졌다.

―표정훈: ‘그리스적’인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윤기씨

―이윤기: 혼란(chaos)이다. 그리스는 질서가 잡혀있지 않은 나라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그리스적인 것을 많이 잃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스에 가서 길을 물으면 자기들끼리 5분이고 10분이고 논쟁을 벌이는데 그렇게 가르쳐 준 길이 틀릴 때도 많다. 혼란을 긍정하는 것이 그리스적인 것이다.

―이우일: 아내의 친척이 그리스에서 결혼했기 때문에 그리스 결혼식을 본 적이 있다. 전혀 다른 민족, 전혀 다른 풍습이지만 그 결혼식의 정신은 사람이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리스 신화도 마찬가지다. 인간이면 모두가 느끼는 ‘보편’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표정훈: 이윤기씨의 신화가 갖는 주제는 사랑인 것 같다. 신화 속 사랑과 현재의 사랑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윤기: 현재의 이성관 내지 결혼관은 국가나 집단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가는 인간을 재산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의 애정을 왕따시켜 왔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그리스 신화 속에서는 애정 표현이 아주 자유롭다.

―표정훈: 신화를 다루는 방법에는 비교신화론적인 분석과 옛날 이야기 즐기기라는 상반된 방식이 있다.

만화가 이우일씨

―이우일: 잘 몰랐을 때 오히려 쉽게 이야기의 맥이 잡히는데 깊이 들어가면 처음에 보이던 뼈대가 오히려 살 속으로 숨어 버린다. 빨리 결론을 찾을수록 오히려 미궁에 빠진다.

―이윤기: 신화에는 이설(異說)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이야기만 있으면 신화가 아니라 정설(定說)이다. ‘호메로스가 간다’를 보니 수많은 참고 서적을 기록했던데, 모두 빼버리고 ‘이메로스’ 즉 ‘이우일의 호메로스가 간다’를 쓰겠다고 생각해보라.

―이우일: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다같이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서로를 죽인다. 근본을 잊었기 때문이다. 신화는 인간이 만들었고, 영혼의 노래다. 신화적 보편성을 확인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윤기: 아인슈타인의 목욕탕에는 비누가 하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비누도 결국은 씻기 위해 있을 뿐이다. 신화도 이런 저런 신화들이 있지만 그 인식구조나 서사구조는 비슷하고, 그래서 읽지 않았어도 이미 익숙하다. 최근의 신화 붐도 실은 잊었던 유행가가 다시 살아난 것일 뿐이다.

―표정훈: 신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윤기: 진리가 용출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이우일: 삶의 지혜이다.

이 기사 작성에는 인턴기자 육민정(충북대 중문과 4년)·이현정(원광대 불문과 4년)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