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한 홈페이지를 개편합니다!”(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 홈페이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신선하고 맛난 사이트를 만들고 있습니다.”(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홈페이지)

국회의원 홈페이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문구들이다.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이 보여준 위력을 몸소 체험한 이후 국회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17대 총선에서도 출마자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중요한 홍보 수단의 하나로 이용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개인 홈페이지의 일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무엇보다 ‘쥔장’(주인장의 준말)의 활동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다른 포털 사이트의 글을 베끼는 등 얌체 사이트들도 있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의 홈페이지는 의원 본인만의 개성을 잘 살려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었다.

17대 국회의원 299명 중 검색 가능한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의원은 196명. 인터넷 세상에서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넷심(net心)’ 파악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 그들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자.

‘싸이질’에서 ‘블로그’로 이동 중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대박을 터뜨린, 의원 개인 홈페이지의 선두 주자이다. 박 의원의 미니홈피에는 솔직담백한 다이어리와 친근한 사진들이 가득해 젊은 네티즌들이 부담없이 방문하여 글을 남기고 있고, 최근 150만번째 방문객을 맞이했다. 박 의원의 ‘화장대 사진’에는 400여개의 댓글이 달렸고 무려 1460번(7월 10일 현재)의 ‘펌’(남의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담는 것)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많은 국회의원들 역시 최근 ‘싸이질’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젊은 표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직접 나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지난 5월 미니홈피를 재정비했다. 배경 음악을 깔고 사진, 일기 등을 올리면서 네티즌이 남긴 방명록에는 직접 답글까지 달아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김근태(金槿泰) 의원의 미니홈피에는 요즘 ‘선물’(‘도토리’라는 사이버 머니로 미니홈피 장식 아이템을 구입, 선물하는 것)이 넘쳐난다. 장관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로 지지자들이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것. 축하와 함께 ‘의원님~ 시집 보내 주세요.(ID:장미한송이)’라는 소원까지 빌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회의원들이 이처럼 유행에 민감한 이유는 ‘넷맹(net 盲)’으로 찍히면 젊은층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최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이어 네이버 블로그가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블로그(blog)란, 웹(Web)의 마지막 철자 ‘b’와 ‘log’의 합성어로 인터넷 일지(日誌)를 의미한다.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는 신문 기사나 좋은 글 등을 쉽게 자신의 블로그 카페로 옮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젊은 네티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이런 경향에 발 맞춰 의원들 역시 요즘 블로그 카페 개설에 여념이 없다. 전여옥, 한선교 의원 등이 앞서서 블로그를 개설했고 이후 붐이 일어나 현재 60여명의 의원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쥔장’ 만날 수 있는 온라인 토론장

첫 화면부터 색다른 느낌을 주는 안명옥 의원 홈페이지.(위) 국회의원을 '갖고 놀 수' 있는 고흥길 의원 홈페이지.(가운데) 전자책으로 자신의 지난 인생을 보여주는 김한길 의원 홈페이지.(아래)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이 북적댄다. 자유게시판에 등록되는 게시물 수가 하루 평균 200개를 넘는다.

유 의원 또한 중요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유시민의 아침편지’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리고 있고, ‘아침편지’의 조회수는 많은 경우 6만(히트)을 육박한다. 유 의원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와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이 공존하며 유 의원 홈페이지는 활발한 온라인 토론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홈페이지에서도 ‘쥔장’을 만나볼 수 있다. 원 의원이 ‘희룡 생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생각을 올리면 네티즌들은 즉각 반응을 보인다. 일례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희룡 생각’에는 ‘오랜만에 보는 파인 플레이’ ‘혼잣말 하지 마라!’ 등의 댓글이 달려 역시 활발한 토론장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의 홈페이지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국회의원 홈페이지 속에서 한 눈에 ‘새롭다! 깜찍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첫 화면부터 빨간 하트 무늬가 눈길을 끈다. ‘Ahn, Myung Ock’의 줄임말인 AMO의 의미(스페인어로 love)를 읽고 있으면 여기가 정말 국회의원의 홈페이지가 맞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국회의원을 갖고 놀아볼까? 고흥길 의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가능하다. 화면 오른쪽 하단의 ‘다른 그림 찾기’를 클릭해보라. 고 의원의 사진이 두 장 뜬다. 이제 다른 그림을 찾아보라. 하나를 찾을 때마다 10점씩, 총 5개의 다른 그림이 있고 모두 19장의 사진이 준비되어 있다. 권위를 벗어던짐으로써 네티즌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인간미 넘치는 친필 일기를 보여주는 전여옥 의원 홈페이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홈페이지

글쟁이 출신들의 홈페이지에는 다른 의원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소설가 출신답게 김한길 의원은 자신의 '자화상'을 한 편의 전자책으로 구성, 네티즌들이 직접 마우스로 전자책장을 넘기며 김 의원의 지난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였다. 아버지(김철)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가득한 글,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글들을 읽다 보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이 바로 옆에 와 있는 것 같다.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친필 일기를 스캔해서 그대로 띄우는 방식. 아날로그(친필)와 디지털(인터넷)의 만남이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네티즌을 유혹하고 있다.

10년 다닌 헬스 클럽에서 함께 에어로빅을 하던 친구들을 의원실로 초대해 다과를 즐겼다는 이야기, 어느 기자가 들려주었다는 대학 시절 박근혜 의원의 독특한 연애담(?) 등을 읽다 보면 TV 토론장에서는 날카로운 입심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전 의원의 색다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토론 발제문 ‘토씨’까지 베끼기도

미디어 다음에 아이디 '누굴까용'이 올린 '노동운동에 정치 논리를 끼워넣지 마라'. (위) 신기남 의원 홈페이지에 '여왕거미'가 올린 '노동운동에 정치 논리를 끼워넣지 마라'.(아래)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비난과 욕설이 난무한다. 임 의원이 최근 이라크 파병 지지로 돌아선 데 배신감을 느낀 ‘열혈’ 네티즌들이 ‘게시판 테러’에 나섰기 때문. ‘진달래’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정신차리게. 안 그러면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은 한다면 한다’라며 협박성 메시지를 남기기도 해 게시판에 살벌함을 더했다. ‘열혈’ 네티즌들은 급기야 임 의원의 전대협 프로필을 삭제하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6월 25일에는 전대협 후배 5명이 임 의원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신기남(辛基南)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다른 의원의 홈페이지와 달리 ‘이슈토론방’이 매우 체계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네티즌들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미디어다음’의 ‘핫이슈토론’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신 의원 홈페이지의 ‘이슈토론방’에 올라온 토론 발제문 17개 중, 10개가 미디어다음 ‘핫이슈토론’의 발제문을 토씨까지 베꼈다.(7월 12일 현재) 더욱이 네티즌이 미디어다음에 올린 의견들 중, 5개가 신 의원 홈페이지에 그대로 올라와 있었다.(7월 12일 현재) 일례로 세 명의 네티즌이 서로 다른 시각 미디어다음에 올린 글이 신 의원 홈페이지에 단 몇십분 사이 차례로 등록 되었다. 6월 30일 오전 2시32분에 미디어다음에 등록된 ‘민노총, 민노당에게 묻는다’(다오리오), 6월 29일 밤 9시 55분에 미디어다음에 등록된 ‘노동운동에 정치논리를 끼워넣지 마라’(누굴까용), 6월 29일 밤 11시 25분에 미디어다음에 등록된 ‘썩은 공무원과 같이 변질되는가, 사랑하는 민노총이여?’(Bostonquick)가 각각 6월 30일 오후 3시 31분과 3시 41분, 4시 5분에 신 의원의 홈페이지에 1번부터 3번까지 글로 등록되었다. 네티즌의 필명이 바뀌었고 심한 표현은 삭제되어 있었다.

홍사덕, 추미애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많은 네티즌들이 찾고 있었다. 홍사덕(洪思德)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서는 ‘북한 이탈 주민들을 위한 고향으로 편지쓰기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비록 낙선했지만 홈페이지를 성실히 관리하고 있는 홍 전 의원의 모습이 돋보였다. 추미애(秋美愛)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30여개의 게시물이 등록되며 현직 의원 홈페이지보다도 더 열띤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미애님! 힘내세요!’ 등의 게시물은 아직 건재한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 이 기사는 주간조선의 허락을 얻어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