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순회하며 열리고 있는 ‘신행정수도 공청회’에서 지난 12일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70명의 전문가가 발표 및 토론자로 나섰지만, 단 한 명도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공청회’라는 이름을 무색케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책 홍보회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갈수록 비등해 지고 있다. 공청회가 주제발표자·토론자 할 것 없이 찬성 일색으로 흐르자 ‘50% 이상 반대한다’는 국민여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청회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이춘희 부단장은 “이번 공청회가 후보지를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를 논의하는 공청회이기 때문에 반대론이 제기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당초 예정된 9개 도시 외에 수원·인천·울산·창원 등 4곳에서 공청회를 더 열고, 반대론자도 토론자로 포함시키는 등 모양 갖추기에 나섰지만 과연 비난을 면할지는 미지수다.

찬반 토론 없는 공청회= 공청회는 16일까지 서울과 대전(12일), 청주(13일), 부산(14일), 광주(15일), 춘천(15일) 등 모두 6차례 열렸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청와대 직속 위원회와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소속 인사, 학자 등 20명이 주제 발표자로 나섰고, 지역별로 6~10명씩, 모두 50명의 각계 전문가가 토론에 참여했다. 발표자들은 예외 없이 수도 이전이 참여정부 정책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임을 강조했다.

공청회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찬반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야 할 토론자들마저 찬성파 학자·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 인사들로 구성됐기 때문. 토론자는 주최측이 선정했다. 본지 분석 결과, 수도 이전 자체를 반대한 토론자는 6차례 공청회 합계 50명 중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찬성’을 전제로 한 일부 대안 제시 정도가 고작이었다.

일부 토론자의 경우 '어차피 진행될 일인데 지역 이익이라도 챙기자'는 이기주의적 행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청주와 광주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사법부 이전 요구가 나온 것이 단적인 예. 부산 공청회 때는 해양 경제권 육성 목소리가, 춘천에서는 광역 교통망 확충 요구가 제기됐다.
)

썰렁한 서울 공청회=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공청회는 700여 좌석의 대강당을 무색케 할 만큼 썰렁했다. 좌석의 3분의 2 정도가 끝날 때까지 텅 비어 있었다.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시민 30여명이 참석, "기자와 경찰을 빼면 일반인은 30~40명에 불과한데 공청회를 해서 뭐하느냐"며 공청회 연기를 주장, 썰렁하던 공청회장을 다소 긴장케 했을 뿐, 공청회는 내내 맥없이 진행됐다. 공청회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희극이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중석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은 “서울은 공룡화되고, 지방은 갈수록 텅텅 비어가고 있다”면서 “수도 이전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지정 토론자들도 재원문제, 의견 수렴절차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 반대 토론자는 한 명도 없었다. 문채 성결대 교수는 “연기·공주는 수도권 출퇴근이 가능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고, 노태욱 강남대 교수는 “행정수도 건설은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어떤 형태로든지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청년구국연합 소속이라는 방청객 이모씨가 자유발언을 통해 “나라 빚이 200조원이 넘는데, 언론·국민과 싸우며 친노(親盧)·반노(反盧)로 국민을 양분시키면서까지 추진할 이유가 있느냐”는 등 일부 방청객들이 반대론을 펼쳤을 뿐이다.

(유하룡기자 you11@chosun.com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행정수도 전국 순회공청회에서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정경렬기자kr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