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함정의 발포와 관련해 군의 보고체계에 있을 수 없는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6일 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자 군은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軍 고위 관계자 문책인사 불가피할 듯=청와대측은 군이 북한 경비정의 통신 응답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던 데 대해 중대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 방안에 합의했던 군 장성급 회담의 성과를 처음으로 훼손한 사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아직까지는 ‘의도적 누락’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만약 의도적 누락이라면 대통령 통수권에 대한 도전으로 묵과할 수 없는 상황임에 분명하지만, 전반적 경과로 볼 때 일부 지휘관들의 실수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군 관계자의 단순한 실수나 판단 착오로 확인되더라도 북측의 무선교신 통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2함대로부터 보고받고도 최고 군령(軍令) 기관인 합참에 보고하지 않은 해군 작전사령부 고위관계자 등은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의적인 보고 누락으로 드러날 경우 군 고위층에까지 문책인사 불똥이 튀면서 군에 문책인사 태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또 북한이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파동으로 심기가 틀어져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군부는 그동안 개성공단, 금강산 등에서의 남북 화해협력 강화에 내심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역공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왜 보고되지 않았나=국방부는 이날 "우리측이 국제상선 공용 통신망을 통해 네 차례 북측을 호출했으나 북측 함정이 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발표, 북측이 우리측 호출에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군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북측은 우리측의 네 차례 호출에 응하지 않다가 북한 경비정에 대한 경고사격이 이뤄진 14일 오후 4시54분을 전후해 "지금 내려가고 있는 선박은 우리(북한) 어선이 아니라 중국어선"이라는 통보를 세 차례했다는 것. 당시 북측은 이 같은 말을 한 뒤 일방적으로 교신을 끊어 대화를 할 수 없었다고 해군은 주장했다. 해군 작전사령부 관계자는 "당시 우리측이 호출한 시점과 북측이 통보한 시점엔 차이가 있어 우리측 호출에 대한 응답으로 보기 힘들었다"며 "또 경비정이 내려오는데도 중국 어선이 내려간다고 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 합참에 이 부분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합참이 북측의 응답이 없었다고 공식 발표한 뒤 15일 군이 아닌 제3의 정보기관이 보고누락 사실을 인지, 국방부에 통보할 때까지 국방부나 합참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 중요한 상황정보가 주요 작전을 총지휘하는 합참에 전달되지 않은 점 등은 비판을 면키 어려우며,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NLL 넘은 게 북한 경비정이냐, 중국어선이냐=북측은 NLL로 내려가는 것은 중국 어선이라고 통보, 우리 해군이 중국 어선을 상대로 경고사격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일각에선 당시 NLL 침범 선박은 우리측 함정과 6마일 거리에 있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가시거리가 3마일에 불과,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해 남측이 중국 어선을 북측 경비정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당시 해군이 첨단 지휘통제 시스템인 한국형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를 통해 북한 경비정이 황해도 등산곶항을 출항해 NLL을 넘을 때까지 계속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틀림없이 경비정을 상대로 경고사격을 했다고 말한다. 군 소식통은 “당시 북한 경비정은 2002년 서해교전 때 우리 고속정을 공격한 것과 같은 215t급으로, NLL을 분명히 넘었다”며 “이에 앞서 중국 어선 4척도 NLL을 넘어 북한 경비정은 이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월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측이 ‘답신’한 시점이 우리측의 경고사격 이전인가, 이후인가도 관심사다. 경고사격 이전에 답신했다면 과잉대응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경고사격의 대상이 중국 어선이었다면 북한의 답신 시점이 문제가 되겠지만, 북한 경비정을 상대로 경고사격을 한 것이고 합참 작전예규는 북 경비정이 NLL을 넘으면 경고사격을 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북한의 답신 시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