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전쟁 결정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통령직이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겸허히 결과를 맞을 준비가 충분히 돼 있어요.”
“역사가 이라크전을 어떻게 판단할 것으로 보십니까?”
“역사라는 건… 우리는 알 수 없을 겁니다. 그때쯤이면 우리 모두 세상을 떠난 뒤가 될 테니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위싱턴 포스트의 대기자 밥 우드워드와 나눈 대화다. 워터게이트의 진실을 폭로함으로써 언론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이 된 우드워드가 이번에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준비와 실행, 그리고 후유증까지를 1년 동안 파고들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지난해 12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3시간30분 동안 부시를 직접 인터뷰했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3시간 동안 만났다. 부시 행정부 요소요소에 박혀 있는 그의 취재원들도 상세한 증언을 보태 주었다. 이 책은 미국의 전쟁 결정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방대하고 상세한 탐사 보도의 산물이다.
부시는 우드워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연히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무기 개발 계획은 찾아냈지요. 나중에 (대량살상무기로) 재조립하려고 의도했던 것 말입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라크전은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이 전쟁에 돌입할 경우, 무고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밑그림이 된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중요한 또 다른 인물은 럼스펠드다. 그는 장관 취임 직후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유사시 한반도 전쟁 계획서(작전 계획 5027호)를 검토한 뒤 화를 냈다. "극비계획이라는 것이 몇 년 지난 구식이었고, 주로 그 지역으로 대규모 병력을 수송하라는 기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 결국 럼스펠드는 미국이 대비 중인 전 세계 68개 전쟁 계획을 신속한 병력 이동과 선제 공격에 의한 단기전 위주로 재편하라고 지시했고, 이라크 전쟁은 바로 새로운 전쟁 개념의 첫 적용이었던 셈이다.
부시에게 '충격과 공포'라는 이라크전 전략을 처음 보고한 이도 럼스펠드였다. 당시 부시는 미소를 지으며 "충격과 공포라, 외우기는 쉬운 개념인데, 새로운 술책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준비 상황을 세밀하게 추적해서 현재까지 확인 가능한 자료와 증언들을 제시한다. 우드워드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을 읽는 분들께 미국이 전쟁이라는 국가적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전 과정을 조금이라도 진실에 가깝게 안내하고 싶은 것이 저술을 구상하던 당초부터의 소망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