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수·목요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 가면 개그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장소는 120석 규모의 박승대홀(02-747-9009). 출연자는 ‘프로 개그맨을 꿈꾸는 아마추어’들이다. 30명의 ‘프로’들이 대거 출연하는 주말 공연은 1만5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평일에 이루어지는 이들의 공연은 돈을 받지 않는다.
이 공연의 기획·제작자는 ‘개그 CEO’ 박승대씨. 그가 건네준 명함에는 ㈜스마일매니아 CEO라고 적혀 있다. 박씨가 개그맨의 신분에서 개그 지망생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회사의 대표로 신분이 바뀐 일은 이제 구문(舊聞)이 되었지만, 그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했다.
“저 자신이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감독 같다는 생각을 해요. 개그맨 되겠다고 찾아온 친구들의 목을 악착같이 졸라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이디어를 짜내게 하거든요. 가끔은 이 친구들이 저에게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할 때도 있어요.”
지난해 말 함께 일했던 박준형 임혁필 정종철 등 인기 절정의 ‘갈갈이 패밀리’를 떠나 보냈지만, 이 ‘개그 조련사’는 새로운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그가 키워낸 후배 개그맨 ‘아이 패밀리’가 대거 출연하고 있는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일요일 오후 5시)의 시청률이 최근 동시간대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아리 유치원’ ‘단무지 아카데미’ ‘끔찍이 깜찍이’ 등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인들이다. 초창기 7~8%에 불과하던 시청률은 최근 13%대까지 뛰었고, 그는 “곧 일요일 오후시간을 고려하면 ‘꿈의 시청률’이라 불리는 15%를 돌파할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그가 소개하는 후배들 교육과정이 흥미롭다. 개그맨의 ‘위상’이 높아진 요즘 시류를 반영하듯, 한 달이면 수백 명 넘는 ‘지망생’이 그를 찾아온다. 하지만 ‘못 먹는 감 한번 찔러나보자’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란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 면접을 통과한 ‘후보’들은 우선 공연 전단지부터 돌리게 한다. ‘우격다짐’으로 이름난 이정수도 마찬가지였다. 2단계로 스스로 아이디어를 짜 하나의 개그를 완성해 보게 하고, 이 단계에서 ‘가혹한 채찍’이 가해진다. “처음에는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로 유치하다”는 것. ‘인격모독’에 가까운 비판을 몇 달 듣고 나면 “방송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개그”를 만들어 낸다. 물론 “그 모든 혹독한 과정을 이겨낸 친구들만 가능한 일”이란다.
그는 4년 전 소극장을 빌려 시작했던 첫 주말 공연을 떠올렸다.
“우리 출연자가 네 명이었는데, 관객이 다 합쳐서 세 명 들어왔어요. 밖에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한 코너 마치고 무대에 잠깐 암전이 됐는데 두 명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두 번째 코너 마치고 불이 꺼졌다 들어오니까, 이번에는 아예 한 명도 없었어요. 그때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죠.”
요즘 ‘박승대홀’의 주말 공연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방송사를 통해 제가 공식 데뷔시켰다고 할 수 있는 후배가 60명이 넘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