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읽기’는 올여름 출판계의 화두다. 그리스 신화·철학·문명을 깊이 있게 다룬 ‘정통 인문서’부터, 기행문·만화 형식 또는 신화 속 과학 조명하기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염두에 둔 ‘재미있는 교양서’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를 다룬 신간 서적만 해도 20종에 이른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은 출판계에 그리스 바람을 일으켰다. “올림픽이 그 발상지로 귀향한 것은 올림픽의 근본 의의와 인간중심적 철학의 모태를 되돌아볼 계기가 됐다”(김현정 푸른숲 편집장)는 설명이 출판계의 기대감을 대변한다.

브래드 피트 등 스타와 제작비 2억달러를 써 화제가 된 할리우드 대작 ‘트로이’도 그리스 열기에 한몫 했다. 트로이 신화를 고대 미술·문학으로 조명한 ‘트로이’(루비박스), 청소년 소설 ‘트로이’(열림원), 어린이 소설 ‘트로이 전쟁’(비룡소)은 영화 인기에 동승했다.

9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신화학'코너에 쌓여 있는 다양한 그리스 관련서들. 서양 정신의 원류와 인간의 정체성을 탐색하려는 독서욕과'아테네올림픽'의 시류가 맞물려 출판가에'그리스 붐'이 일고 있다.<br> <a href=mailto:fortis@chosun.com><font color=#000000>/ 황정은기자</font><

신(神)들의 고향, 서양 문화의 원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신비감·탐구욕은 그리스 신화의 탄탄한 수요로 작용한다. 고대 그리스 음유시인 헤시오도스의 신화를 번역한 ‘신통기’(한길사), 미국 타임라이프북스의 세계사 시리즈 중 하나인 ‘그리스인 이야기’(가람기획) 같은 서적들이 올해 앞다퉈 출간됐다.

기원전 2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대학자 아폴로도로스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 신화를 옮긴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숲)는 우주와 신들의 탄생에서부터 트로이 전쟁과 그 뒷이야기까지 그리스 신·영웅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을 여러 이설(異說)과 함께 제시한다.

첫 권이 나온 지 4년이 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2’(웅진닷컴)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18’(가나출판사)은 지금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또한 만화가 이우일씨가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한 만화 시리즈 ‘호메로스가 간다’(김영사)도 눈길을 끈다.

올해 나온 ‘그리스인이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미래M&B)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휘슬러)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문예출판사) ‘그리스 사람들’(사계절) ‘아테네 영원한 신들의 도시’(살림)와 소설 ‘시시포스’(늘봄)는 각도는 달라도 초점은 한결같이 ‘그리스’다.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은 그리스 붐을 이어 나갈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사람들이 올림픽 개최 기간에 게임 관전 대신 책을 택할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