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새 음반을 낸 이치현의 음악에는 산타나 분위기가 물씬하다.

198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밴드 ‘벗님들’의 리더 이치현이 새 음반 ‘비잉(Being) 2004’를 내놓았다. 96년 이후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중견 뮤지션은 자신이 ‘음악적 스승’으로 삼고 있는 라틴 록 기타리스트 산타나의 사운드를 한껏 받아들여 맛깔난 음반 한 장을 완성했다. 정규 음반으로 11번째 앨범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산타나를 좋아했어요. 그 스케일과 음악의 톤도 좋지만, 환갑 나이에 그래미상을 휩쓰는 걸 보면서 용기도 많이 얻었지요.” 래리 칼튼의 애기(愛器)로 이름난 깁슨 ES 335 모델로 연주하는 이치현의 라틴 록 기타는 국내에서 매우 드문 톤을 들려준다. 게다가 라틴 퍼커션도 둘씩이나 넣은 8인조 밴드를 구성했다.

타이틀곡 ‘한 걸음 더’가 대번에 산타나를 연상케 하는 곡이지만, 나머지 노래들도 그의 기타를 두드러지게 편곡한 것들이다.

이치현은 96년 미사리에 ‘산타나’라는 라이브 카페를 열며 ‘미사리 문화’를 이끌었으나 1년 전 모두 접고 음악 창작에 몰두해왔다.

“미사리 카페들이 집집마다 음악 장르가 다른 그 동네만의 문화를 꿈꿨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요즘엔 밴드도 없이 반주기 틀어놓고 춤추는 집도 있습니다.”

그는 “새 음반 내기가 두려웠다”고 했다. 주변 뮤지션들이 음반을 내놓았으나 CD 1만장도 팔리지 않는 걸 보면서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음악을 하지 않고는 못 살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꼭 신인 같은 기분이에요. 무대에 서면 많이 떨립니다.”

그는 지난달부터 현대백화점 각 지점의 이벤트홀을 도는 공연을 하고 있다. 백화점 이벤트홀도 규모가 적잖아, 큰 곳은 1000석 가까운 곳도 있다. 11일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무대에 서는 것이 떨리고 긴장되는 게, 아주 오래 전 느꼈던 그런 감정이에요. 객석도 잘 안 보이고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는, 이게 라이브의 맛이지요.”

(한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