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대상을 확대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조작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도 의문사위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여야가 동시에 추진 중인 법개정안이 통과되면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 한정된 의문사위의 조사 대상이 ‘국가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인해 사망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죽음’으로까지 확대된다.

문제는 KAL기 폭파사건에도 공권력이 개입됐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느냐는 것. 법개정안을 추진 중인 열린우리당 원혜영 의원측은 일단 유가족이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며 국가기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문사위 유한범 대외협력팀장은 “법 개정 후 유족들이 ‘국가기관이 폭파사건을 일으키고 조작했다’는 진정을 접수시킬 경우 타당성 여부를 심사한 뒤 조사를 벌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KAL기 유가족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33가지. 주요 의혹으로는 ▲당국이 수색을 시작한 지 10일 만에 탑승객의 유품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단을 현지에서 철수시킨 점 ▲블랙박스가 발견되지 않은 점 ▲안기부가 1972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회담에 참석한 남쪽 대표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소녀가 김현희라고 공개한 사진이 김씨와 다른 인물이라는 의혹 ▲김현희 등이 탈출하기에 충분한 이틀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탈출하지 않은 이유 등이다.

하지만 당시 수사를 주도한 안기부(현 국정원)는 이미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기부는 지난 1988년 1월 “북한의 김정일이 88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북한 공작원 김현희에게 친필지령을 내려 KAL 858기를 폭파시킨 사건”이라고 발표했었다. 이후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안기부장이었던 안무혁(68) 한국발전연구원이사장은 “김정일이 2002년 평양에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김현희의 일본어 교사인 이은혜 납치 사실을 시인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KAL기 폭파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김정일도 시인한 사실”이라고 말했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원인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도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KAL기 사건은 그때 충분히 수사가 된 것이고 북한의 지령하에 김현희가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하고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그것을 지금에 와서 다시 조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곧장 의문사위에서 이 사건을 다루게 되면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정말 의문스럽게 죽은 것으로 확대 해석되는 등 또 다른 의혹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