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최근 3차 6자회담에 이어 지난주 자카르타에서 열린 북·미 외무장관회의에서 다시 한번 북한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내보였다. 파월 국무장관은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확인하면서 “이념과 체제가 다르더라도 중요한 분야에서 협조가 가능하다”는 부시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던 때가 바로 얼마 전인 것을 생각하면 미국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부시 행정부의 이런 변화를 재선(再選)을 위한 선거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어떻든 북한 정권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정권 교체(regime change)’ 대상으로 여겨오던 자신들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대접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보기에 연말 미 대선에서 민주당 케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괜한 요행수를 노려서는 안 된다. 케리가 당선된다고 핵 비확산 정책에 대한 미국의 근본 틀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며, 그러다가 부시가 재선되면 그 뒷감당이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가 대선 때문에 잠시 움츠렸다고 생각한다면 북한으로선 더더욱 이번 기회를 붙들고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 미 대선 일정을 봐선 그럴 수 있는 시간도 불과 몇 달밖에는 없다.

그래도 의심이 간다면 리비아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보면 된다. 핵 포기 선언 6개월 만에 영국 등 서방 세계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과도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외교관계가 복원됐다. 돕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인 한국 정부까지 생각하면 북한은 훨씬 많은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오는 9일 부시 대통령 특사로 방한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담 등을 통해 미국과의 공조를 긴밀히 하면서, 북한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설득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