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빈 주한 중국대사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는 올해 48세다. 올해로 서울 근무 6년째. 2001년 4월 대사로 부임하기 이전 3년간 근무했고, 지난 4월로 만 3년을 채웠다. 리 대사는 평양에서는 19년을 생활했다. 김일성대학 어문학부 언어학과에서 5년을 공부하고,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14년을 일했다. 남북한을 합해서 한반도에서 25년을 지냈다. 이미 한반도 생활이 태어난 중국에서 생활한 23년보다 많아졌다.

“대사께서는 이미 생각한 뒤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그대로 한국어가 되어 나온다.”

중국대사관 한 2등 서기관의 말이다. 놀라운 것은, 대사의 중국어 실력을 설명하는 이 서기관의 말도 한국어로 표현된 것이며, 이 서기관 역시 머릿속으로 한국어 문장을 구성해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 생각을 그대로 한국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 서기관 역시 김일성대학 어문학부 언어학과 출신이고, 한국 근무 5년째다.

주한 중국대사관원수는 60여명. 이들 가운데 기술요원 등 10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기본적으로 한국인과 만나서 해야 하는 일은 모두 한국어로 한다. 이들 가운데에는 김일성대학 어문학부 언어학과 출신이 10명, 사리원 농업대학 출신이 2명,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 1명, 북한에서 출생해서 18년간 살다가 귀국한 북한 화교가 1명이고, 김일성 대학 어문학부 언어학과의 준박사(우리의 석사)도 1명이 있다.

“김일성대학에 가서 연수를 1년만 하면 말문이 터지지 않을 수 없어요.”

한반도 생활 8년째인 김일성 대학 출신의 3등 서기관은 “기본적으로 김일성대학의 연수과정에 이렇다 할 어학교재가 없는 데다가, 중국유학생에게 조선어를 가르치는 북한 교수들이 중국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조선어를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식당에 가서 우리 말로 “밥 주세요”라고 해야 밥을 주고, “아주머니, 밀대 좀 빌려주세요”라고 해야 청소도구를 빌려 청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며, 시청각 교재라고 해야 영화 세 편에 나오는 대화를 졸업할 때까지 달달 외워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틀어준 영화를 또 틀어주고, 도중에 영화 상영을 멈추고 “지금까지 이야기가 뭐야”라고 하면 우리 말로 설명해야 하고…. 우리 말 어휘론과 문법, 문학사에 용비어천가까지 북한 학생과 경쟁해가며 배워야 하며, 기숙사에는 중국유학생의 우리 말 배우기를 도와주기 위해 북한 학생이 방마다 1명씩 배정돼 함께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북한 학생도 중국어는 전혀 모른다.

“저는 교수들과 함께 금강산 여행가서 함께 주패놀이를 하다 말문이 터졌어요.”

그 뒤로는 생각한 뒤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단어를 따로 외우지 않아도 잊어먹지도 않는다고 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외교관들은 북한에서 다져진 이런 우리말 실력을 무기로 해서 한국인들과의 업무는 한국어로 한다. 파티나 리셉션장에, 그리고 개별적으로 만든 한국인들과의 저녁 모임에, 중국외교관들은 통역 없이 참석해서 즉석 인사말도 하고, 한국 노래도 부르고, 심지어는 폭탄주를 마시고 취해서도 한국인들과는 한국어로 말한다. 최근 있었던 한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타이완 총통 취임식 불참 권유도 주한 중국대사관원들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 없었다면 벌어질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우리의 주외국 공관 어디에도 주한 중국대사관원들의 한국어 실력에 맞먹는 외국어 실력을 갖춘 곳은 없는 실정이다.